인천 드림 파크의 아름다운 가을.1(2022.11.10)

2022. 11. 10. 22:15나의 이야기

 

 

단풍나무 아래서

 

                                                          이해인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


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마음속에 가득 찬 말들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안타까울 때도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저절로 기도가 되는

단풍나무 아래서

하늘을 보면 행복합니다

 

 

별을 닮은 단풍잎들의

황홀한 웃음에 취해

나의 남은 세월 모두가

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이여

 

 

 

 

가을엽서

 

 

                                                                 이해인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우리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 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빨간 단풍잎 그대를 묻으며

 

                                                              이채

 

기억하겠지요

같이 걷다가 낙엽 밟으며

한 장 한장 주워

고운 가슴에 간직하자고

굳은 약속하던 날에

잊지는 않았겠지요

그날 새끼손가락 걸며

눈을 마주하고 바라보던

내 얼굴이 얼마나 빨갛게 달았는지

 

빨간 단풍잎보다 더 빨간

부끄런 내 뺨의 입맞춤

사랑은 빨강색이라며

눈빛을 감추던 그대

잊을 수가 없어요

낙엽 또 지는 날에

빨간 단풍잎 주우러 오자던

찰떡같은 그 언약은 어디로..

사랑이 밟히듯

낙엽 밟히는 소리

슬픈 사랑의 변주곡이여

빨간 단풍잎 그대를 묻으며...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과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