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1. 02:19ㆍ나의 이야기
들국화
김 용 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 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노란 국화 한 송이
용 혜 원
가을에 사랑하는 이를 만날 때는
노란 국화 한 송이를
선물하세요.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가
두 사람을 더 가까이
있고 싶어지게 만들어줄 거예요
깊어만 가는 가을밤
서로에게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가고
불어오는 바람도 포근한
행복에 감싸게 해 줄 거예요
밤하늘의 별들도
그대들을 위해 빛을 발하고
밤길을 밝혀주는 가로등도
헤어지기 싫어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을 거예요.
단풍
안도현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
단풍연가
유한나
살아온 날보다
남아 있는 시간을
더 사랑해요
지나 온 나날
눈물겨워도
비장한 사랑으로
불타올라요
무성한 근심 위로
가을이 앉아
다독여 주는군요
적막한 외로움 곁에
찬바람이 불어와
어깨를 껴안는군요
사랑하자구요
가을엔 물들자구요
노랗게 빨갛게 새빨갛게
빛 고운 색깔로 짓이겨져
한 잎의 단풍이 되어요
벚나무 잎새로
은행나무 잎새로
갈참나무 잎새로
알록달록 물들어 떨어져서
정신없이 굴러가며
세상의 모든 가을이 다할 때까지
사랑해요.
단풍
이정하
바람이 내게 일렀다
이제 그만 붉어지라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다고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내 몸을 불태우겠다고
사랑아, 네가 미워서 떠나는 것이 아님을 믿어다오
떠나는 그 순간, 가장 불타오르는 내 몸을 보아라
줄 것 다 주고 가장 가벼운 몸으로
나무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이 아름다운 추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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