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5. 16:09ㆍ나의 이야기
[함양 동호정]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81호(2005.10.13 지정)
함양 동호정(咸陽 東湖亭)은 경상남도 함양군 서하면 황산리에 있는 정자 건축물로
임진왜란 때 선조의 의주 몽진을 도와 공을 세운 동호 장만리를 기리기 위하여
그의 9대손으로 가선대부오위장을 지낸 장재헌 등이 중심이 되어 1895년 건립한
정자이며 1936년에 중수가 있었습니다.
동호정은 함양군 안의면에서 26번 국도를 따라 전주방향으로 7km 정도의
거리에 국도와 연접하여 위치하고 있습니다.
동호정은 남강천 담소중의 하나인 옥녀 담에 있으며 화림동 계곡의 정자 중
가장 소박하면서도 화려하고 익살스런 해학을 지닌 정자입니다.
강 가운데에는 노래 부르는 장소(영가대), 악기를 연주하는 곳(금적암), 술을 마시며
즐기던 곳(차일암)을 포함하며, 차일암이라고 불리는 수백 평의 널찍한 암반이 있어
이 곳이 풍류를 즐기던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농월정을 돌아 본 후 다음 코스로 도착한 동호정의 소나무 숲 전경으로 비가 그치긴
하였으나 밤새 내린 비로 암반지대는 젖어 있는 탓에 다소 미끄러웠습니다.
동호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세워진 단동의 중층 누각 건물로 내부에는
배면의 중앙칸을 막아 구성한 판벽이 남아 있는데, 거연정과 마찬가지로
방을 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면의 좌측으로 통나무를 깎아 만든 계단을 두어 누로 오르게 하였고, 4면 모두
기둥의 바깥쪽으로 약 30cm 정도를 연장하여 계자난간을 둘렀습니다.
마루는 장마루가 깔려 있는데, 이것도 원래는 우물마루였으나
후에 변형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천연의 평탄한 암반 위에 조성하여 초석은 쓰지 않았고, 기둥은 모두 원주를 사용하였는데
누하주는 직경이 큰 재목을 틀어지거나 울퉁불퉁한 채로 대강 다듬어 사용하였습니다.
마루 위의 기둥은 하부에 4 각형으로 모를 줄인
초석 형태의 부재를 사용하였습니다.
4면의 추녀 끝부분에는 활주를 세워 건물의 안정감을 높였고 기둥 위에는
2익 공계의 공포로 장식을 하였으며 창방과 처마 도리 잡혀 사이에는 원형의
화반을 끼워 장식하였습니다.
가구는 5량 구조로 대들보 위에 동자주를 세워 종보를 받도록 하였고
종보위는 반자를 설치하여 격을 높였습니다.
종보의 보아지는 초각 하여 익공을 꾸미고 종보에는
봉두를 달아 촛가지 위에 올렸습니다.
종보를 익공으로 장식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로 정자를
화려하게 꾸미고자 한 노력을 볼 수 있습니다.
좌, 우측면에서는 충량을 대들보 위에 얹었는데 충량의 머리 부분에는
용두를 초각하였고 가구에는 모두 단청을 올렸습니다.
겹처마에 팔작지붕 형식입니다.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다보는 동호정
예로부터 ‘좌안동 우 함양’이라 하였는데 함양은
안동에 버금가는 선비의 고장입니다.
일찍이 묵향의 꽃이 핀 함양에는 사대부들의 학문과 문화가 만발했고,
동천 중의 동천이라 할 수 있는 안의 삼동(安義三洞)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정자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화림동은 함양 유림의
선비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동천입니다.
화림동은 안의에서 장수 방향으로 난 육십령 고개를
거슬러 올라가는 계곡을 일컫습니다.
화림동 계곡은 골이 넓고 물의 흐름이 완만하며 청량하고 풍부한 물줄기는
계곡의 만을 감아 돌면서 이곳저곳에 작은 못을 만듭니다.
더러는 너럭바위를 유연하게 타고 넘기도 하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못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화림동계곡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맑은 물과 너른 암반, 기암괴석과 늙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고, 아름다운 승경이
절정을 이루는 곳마다 정자들이 연이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요산요수하며 음풍농월을 즐기던 함양의 선비들이 맑은 계곡과
수정 같은 옥수를 놓칠세라 건립한 정자로 이런 정자들은 주위의 자연과 조화를
이뤄 마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동호정 현판
동호정을 오르도록 만든 소박하면서도 투박한 계단
이 곳 동호정에는 많은 편액들이 걸려 있어 수많은 묵객들과
길손들이 이 곳을 찾아 즐겼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행 사상에서 황색은 중앙을 상징하기 때문에, 황룡은 사신과 오룡의
중심적 존재, 사신의 장(長), 오룡의 장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사신이 동서남북의 수호 짐승인데 대해, 황룡은 '중앙을
수호하는 신성한 용'으로 여깁니다.
매우 경사스러운 짐승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이처럼 상서로운 황룡은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용으로 여겨졌습니다.
물고기를 물고 있는 황룡
장만리 선생은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인 서하면 황산마을에 내려와
지금 정자가 있는 곳에서 낚시를 즐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손들이 선생이 즐겨 찾았던 그 물가에 정자를 세운 것으로 ‘차일암’이라는
암반 바위와 짙푸른 숲, 여유 있게 흐르는 화림천의 물줄기가 평온한 기운을 내뿜습니다.
정자에 올라 바라보는 화림천과 너럭바위 그리고 계곡 건너 숲의
풍경이 한가로우면서도 풍요롭습니다.
정자 천장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용의 조각으로 보통의 용 조각과 그림은 여의주를 물고 있는 데 이곳의 용은 물고기를
물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아마도 관직에서 물러나서 한가로이 낚시를 즐겼던
장만리 선생을 상징하는 듯 여겨집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해학적이고 익살스러운 표현이겠지만 우리의 선비정신은 이런 작은
정자 하나에도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보니 조금 더 이런 문화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바라다보시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청룡
청룡은 한자 문화권의 상상의 동물로, 파란색 또는
초록색을 띤 용을 의미합니다.
즉, 푸르 미르 또는 파란 용(푸른 용). 사방신 중 하나라서
그런지 다른 색의 용들에 비해 유명합니다.
같은 푸른 창(蒼) 자를 써서 '창룡(蒼龍)'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수원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의 이름을 여기서 따왔습니다.
전설에서는 용이 도를 깨우치면 비늘의 색이 파란색이나 푸른색 또는
초록색으로 변해 청룡이 된다고 합니다.
사신들 중에서 가장 존엄하고 고귀한 존재이고 심해 용궁에 산다고
전해지며 하급 용들의 수장이라고 힙니다.
사방신의 하나로 동쪽을 수호하며 오행 중 나무(木)와 봄을 관장하며
파란색, 푸른색, 초록색을 상징합니다.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번개를 비롯한 날씨와 기후, 식물도 다스린다고 합니다.
용(龍)은 또한 물을 다스린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바다를 다스리는 신을 용왕(龍王)이라고 칭하고 바닷가 어민들의 전통신앙으로
용왕제를 지내고 풍어제를 지내곤 합니다.
오행설로 보면 물에서 나와서(水生木) 사신도에서 동쪽 방위에 있으므로 청룡,
또는 창룡으로 표현되는데 오행에서 동(東)은 목(木)이고 푸른색이기에
청과 창을 같이 쓰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거연정과 비슷한 격실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판벽
유교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벽화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성리학의 대가인
장만리의 유교관을 나타내고자 표현된 그림들로 여겨졌습니다.(?)
좌청룡 우백호라고 하는데 이 곳에서는 황룡의 하단부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청룡의 하단부 대들보에 두 마리의 용이......
동호정을 화려하게 만드는 각종 당초 모형의 조각들
동호정 누각에서 시원한 솔바람을 맞으며 차일암을 바라다보니
마치 제가 신선이 된 것 같은 차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다시 거연정과 군자정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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