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당리 오름주변 농촌 들녘의 아름다운 풍경들(제주도 세달살기 2020.9.7)

2021. 1. 24. 13:27나의 이야기

 

 당근의 푸르름과 다랑쉬 오름 전경

 

 제주에 삼 개월 살이를 하면서 오름들을 찾아다니다 보면 제주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풍광들을

가끔 볼 수가 있는데 오늘도 그런한 날들 중 하나로 초가을로 접어든 시기의 제주 농촌 들녘이

마치 봄의 월츠같은 느낌이 듭니다.

 

색감이 가져다주는 착각이지만 제주의 이 맘 때의 풍경은

이 곳이 봄같은 착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제주의 토양은 화산회토가 대부분으로 화산회토는 입자가 가벼워 바람에 쉽게 날리는

데다가 돌이 많아 농사를 짓기가 힘든 곳입니다.

 

그런 탓에 돌을 쌓아 둔 것이 밭담이 되었고 그 밭담이

구석구석 이어져 흑룡만리가 되었습니다.

 

흑룡만리는 검은 용이 꿈틀 거리는 것 같은 밭담의 형상을 표현한 말입니다. 

 

현무암 풍화토는 입자가 굵어 지표상에 물을 저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제주도에서는 강이 없으며 대부분의 하천도 건천으로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릅니다.

 

그래서 논농사는 발달할 수가 없었고 밭농사 문화가 발달되었는데 현무암 풍화토는

기반암이 현무암이라 색이 검습니다.

 

제주사람들의 삶은 바람과 돌의 싸움 그 자체로 제주의 바람은 한번 불기 시작하면

 매우 지독하여 바람이 할퀴어 간다고나 할 정도로 모질답니다. 

 

게다가 제주의 토양은 화산회토가 쌓여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매우 가볍고 따라서

 바람이 불면 기름진 흙가루와 뿌린 씨앗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이런 시련과 고통을 숙명으로 삭히면서 열악한 환경을 개척하고 땅을 다스리는 슬기를

 돌과 바람으로부터 체득했습니다.

 

  이런 토질이다보니 뿌리채소(당근, 무, 도라지, 비트, 더덕, 고구마, 감자, 마 콜라비)가 잘되는 편이고

수분을 많이 머금은 잎이 많은 채소(상추,배추)들은 잘 자라지를 않습니다.

 

저도 사실 8월 초에 제주도로 오자마자 봉개동 명도암 참살이 마을에 거주하면서 텃밭에서

삼개월 살이 동안 야채라도 길러먹자는 생각에 상추와 쑥갓을 이웃들과 합심하여 심어 보았는데

8월에 불어오는 세 차레의 태풍에 씨앗으로 심은 상추와 쑥갓은 싹이 나오는 듯하더니

말라 비틀어 죽어버리고 모종은 아주 녹아 버리고 말더군요.

 

그 옆에 심어져 있던 깻잎마져도 잘 자라는 듯하더니 태풍에 이파리가

뜯겨 나가고 말라비틀어지는....

 

육지와 같다는 생각으로 시도했던 초보 농사꾼의 비참함이란......ㅎ

 

제주도의 토양이란 게 겉으론 검은 토양이 촉촉해 보여 많은 수분을 머금은 듯 보였지만,

워낙  배수가 빠른 탓에 수시로 수분을 공급해야 되는 환경인지라 제 생각에는 하우스 농법이

아니면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당리 농로에서 바라다본 높은 오름

 

 

예로부터 제주에서는 ‘울담에서 태어나 밭담에서 살다가

산담에서 죽는다’는 말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울담은 집터의 둘레에 쌓은 돌담이고, 밭담은 밭과 밭 경계에 쌓은 돌담입니다.

 

산 담은 소나 말이 들어와 묘를 훼손하지 못하게 하려고

무덤 둘레에 나지막하게 쌓은 돌담입니다.

 

해충 방제를 위해 놓은 들불이 무덤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으며.

산 담은 대개 사각형으로 만들어지지만 간혹 원형의 외담으로 쌓은 경우도 있습니다.

 

영혼이 머무는 집의 울타리인 산담의 한쪽에는 ‘신문(神門)’이 있는데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밭담은 밭과 밭 경계에 쌓은 돌담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밭담은 고려시대인 1234년 밭 경계를 확실하게 하려 쌓았다고 전해지지만

그 이전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부터 생겨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찬 바람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고, 소나 말이 농경지에

들어오는 걸 막으려는 의도였었다고 합니다.

 

또한 밭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돌을 처리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검은색 현무암으로 이뤄진 밭담이 꾸불꾸불 끊임없이 이어진 모습은 마치 흑룡을

닮았다고 해서 ‘흑룡만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제주에 쌓은 밭담의 길이는 약 22,000km로, 지구(둘레 약 40,000㎞)

반 바퀴를 돌고도 남습니다

.

 

동검은이 오름과 문석이 오름 안쪽 농로에서 바라다 본 동검은이 오름 전경

 

 

뭍에서는 보기 힘든 제주의 농촌만이 지닌 독특한 풍광에

차를 세워 앵글에 이 것을 담아 봅니다.

 

제 짐작에 이런 화려한 색감의 덧씌운 천들은 바람이 심한 제주의 특성상 초가을에 심은

채소들의 어린 모종들이 뿌리가 잘 활착 되도록 보호하는 역할과 조류들로부터 어린 모종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바람이 심한 제주 지역만이 지니고 있는 특색이겠지만 제주인들의 삶은 이렇게 척박한 땅에서도

그들만의 생존을 위한 삶의 방법을 스스로 개척하여 생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