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5. 22:59ㆍ나의 이야기
서영아리 습지 전경
한 때 서영아리 행기소라는 지명으로 알려진 서영아리 습지 전경으로
실상 행기소는 이 곳보다 떨어진 광평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정확한 명칭은 서영아리 습지란 표현이나 서영아리의
다른 이름인 용와이악 습지란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행기란 말은 놋그릇을 뜻하니 행기소라 하면 소를 이룬 늪지나 습지 등을 포함하는 물웅덩이가
놋그릇처럼 오목하게 파인 곳을 연상해보시면 이해가 되시리란 생각이 듭니다.
서영아리오름의 남동쪽에 위치한 핀크스 골프클럽의 포도호텔
거인 설문대할망이 제주도와 육지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를 때
치마 틈새로 한 줌씩 떨어진 흙덩이들이 오름이 되었다는데 오늘은 그런 오름 중 제주도에서는
독특한 지형과 늪지를 지닌 서영아리 오름으로 향했습니다.
오름을 오르는 장소로 핀크스 골프 클럽의 포도호텔 도로 건너편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마보기 오름을 거쳐서영아리 습지, 서영아리 서봉과 동봉으로 향했다가 역순으로 하산을 하는
코스로 마보기오름으로 향합니다.
마보기 오름으로 향하는 삼나무 숲길 속의 오솔길 전경
마보기 오름 정상에서 본 풍경으로 좌측부터 군산오름, 월라봉, 산방산,
용머리해안, 송악산, 형제섬, 단산, 모슬봉, 대병악, 소병악.
맑은 날씨와 탁 트인 풍경에 답답하던 마음이 확 뚫려버립니다.
이런 맛에 오름을 오르는데 오름마다 트여진 시각의 편차가 크다 보니.....ㅎ
마파람이 불어 마보기 오름
서쪽으로 트인 말발굽 형태의 굼부리를 가진 서영아리오름(693m)은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신령할 영(靈"’에 산을 뜻하는 만주어 "아리"가 붙은 이름으로 물영아리의 서쪽에
있다고 하여 서영아리.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입니다.
서영아리오름 주변에 있는 오름들은 서영아리오름을 기준으로 삼아 붙인 것에서도
서영아리가 이 부근에서는 그 격이 다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영아리오름 남쪽에 있는 오름을 "마 보기"라 하고, 서쪽에 위치한 오름을 "하늬보기"라고 부르는데
남풍을 "마파람", 서풍을 "하늬바람"이라 부르는 것처럼 서영아리를 중심으로 명명한 것이지요.
마보기 오름은 표고 559.7m로 오름 중에서는 고도가 제법 높아 보이는데 핀크스 골프클럽의
포도호텔에서 오르면서 느끼는 생각으론 나지막한 구릉을 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이유는 핀크스 클럽 앞을 지나는 도로가 표고 350~400m 중산간에 위치하다 보니
실제로는 낮은 오름을 오른다는 생각 밖에는......ㅎ
마보기 오름 정상부에서 바라다보는 서영아리오름과 후면의 한라산 전경
이 맘 때가 되면 제주의 중산간지역은 어느 곳을 가던지 찰랑이는 은빛 억새들의
천국인데 이 곳 마보기 오름도 예외는 아닙니다.
마파람에 출렁이는 은빛 억새들의 찰랑이는 물결들과 함께 마보기오름 정상에서 확 트인
산방산 쪽의 제주 해안 오름군들을 바라다보는 조망은 정말로 압권입니다.
이제 이 곳 정상부에서 마보기 오름을 뒤로하고 한라산 방향으로 서영아리 습지로 향합니다.
은빛 억새로 뒤덮인 마보기오름
여름 내내 무성하게 자란 억새가 등로를 덮어 가는 길은 알아보기도 힘들지만, 다행스럽게도 누군가가
나이론 줄로 가는 길을 표시해 놓은 덕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억새 숲길을 헤쳐 서영아리 습지로 향합니다.
오늘 저와 함께 서영아리오름으로 향하는 일행은 저를 포함하여 4명이었는데 제 옛 직장 동료와
봉개동 명도암 참살이 마을에서 저와 함께 3개월 제주도 살기를 같이 하고 계시는
강선생님 내외분 이랍니다.
4명 모두 오늘 이 오름은 초행길인지라 제대로 등로를 찾아 서영아리 정상부까지 가려는지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이용하여 정상부로 향합니다.ㅎ
마보기 오름에서 서영아리 습지로 향하는 삼나무 숲길 옆에 만들어진 돌담(잣성)은 중잣성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정확한지에 대하여서는?
잣성(잣담)은 조선시대 제주도 중산간 목초지에 쌓아 만든 목장 경계용 돌담입니다.
위치에 따라 하잣성,중잣성,상잣성으로 나뉘는데 하잣성은 말이 농경지로 들어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것을,
상잣성은 말이 한라산 산림지역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중잣성은 대체로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하잣성과 상잣성 사이에
만들어져 목장의 경계 기능을 하였습니다.
잣성은 조선시대 제주도 중산간 지역에 국영목장이 설치되었음을 말해주는 역사적인 유물인 동시에
제주도의 전통적 목축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유산입니다.
서영아리 습지 전경
서영아리 늪지에서
마보기 오름을 지나 서영아리오름으로 향하다 보면 서쪽(좌측)엔
둥근 형태의 커다란 습지가 있습니다.
서영아리 습지로 서영아리오름 최고의 비경으로 습지에 반영된 서영아리 오름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무리 지어 번성한 골풀과 도깨비 사초들이 습지를 둘러싸고 있어 습지의 물조차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 짐작에 이런 반영 같은 풍경들을 보려면 이른 봄철 습지에 자라던 풀들이
겨우내 삭아 새순이 올라올 때나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원형을 띠는 습지의 긴 폭은 족히 40~50여 미터는 넘어 보였는데 이 곳은 널리 알려진 오름이
아닌 탓에 그런대로 보존이 되어 산짐승들이 목을 축이고 가는 듯, 다양한 형태의 발자국들이
보이더군요.
마보기 오름과 서영아리 늪지를 지나면서부터는 제주에서는 보기가 힘든 독특한 육산 같은
느낌의 너덜지대의 험악한 등로로 접어듭니다.
이 곳이 제주도의 오름인지 육지의 험한 악산인지의 구별은 너덜바위 틈새로 자라고 있는
동백나무로만 이 곳이 제주도의 오름임을 느끼게 합니다.
서영아리 늪지에서 서영아리오름으로 향하는 육산 같은 너덜바위지대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동백열매
너덜지대 바위 군락 정상부에 돌출된 암반지역으로 서쪽 방향으로 전망이 터져 있었지만,
그다지 조망권은 별로인 탓에 또다시 서영아리 오름 정상부로 향합니다.
※ 사실 지금 올려드리는 글들은 정상적인 제목으로는 신령스러운 서영아리 오름으로
올려드려야 하는 게 정상이겠지만, 찍은 사진들이 많은 탓에 2부로 나누어 상세하게
올려드림을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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