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가 물을 건너는 형상을 지닌 진천 농다리(2016.8.7)

2016. 8. 23. 23:56나의 이야기







진천 농다리 전경(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중리)마을은 상산 임씨의 세거지로, 고려 적에 최씨 무신정권의

 뒤를 이어 권세를 잡았던 무신 임연(, ?~1270)이 태어난 곳입니다.


이 마을 앞으로 흐르는 하천은 세금천()으로 매우 독특한 형태의 다리를 볼 수가 있는데,

 다리는 얼핏 보아 거대한 지네가 몸을 슬쩍 퉁기며 물을 건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석을 축대 쌓듯이 안으로 물려가며 쌓아올린 교각의 너비가 그 위에 올려진

 상판보다 넓으므로, 튀어나온 교각의 양끝이 지네 발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재료로 쓰인 돌도 독특한데 주로 자색이지만 얼룩무늬가 박힌 쑥색 돌도 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 동네 돌이 대개다가 그렇게 생겼습니다.















농다리 상류 작은 동산에 만든 인공폭포전경


















농다리 상류 폭포쪽에 만들어진 징검다리
















징검다리에서 바라다 본 농다리 전경


















지네가 물을 건너는 형상의 농다리 전경



두께가 각각 1m가 넘는 교각들은 양끝을 유선형으로 오므려 물살의 저항을

 덜 받게 해놓았으며 너비가 3m쯤 됩니다.


그 위 한가 운데에 길이 1.7m 안팎, 두께 0.2m쯤 되는 돌판을 한 개 또는

 두 개씩 걸쳐서 상판으로 삼았습니다.


옛 기록에 따르면 맨 처음에는 교각의 수가 28개였다는데

지금은 양쪽으로 두 개씩이 줄어서 24개만 남아 있습니다.




다리 전체의 길이는 현재 93.6m에 이르며 예전에는 어른이 서서 다리 아래로 지나갈 만큼

물 바닥이 낮았다지만 지금은 토사가 많이 쌓여서 그 아래에 묻힌 교각의 전체 높이나

 기반부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상판석 양쪽으로 교각이 튀어나오게 한 것이라든가 교각의 양끝을 유선형으로

 만드는 등의 배려로 인해 이 다리는 오랜 세월 이 만큼 잘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오랜 세월이다보니 조금씩 허물어진 것을 다시 손보는 가운데 변형이 있었는지

 교각과 상판의 길이나 간격 등이 일정하지 않고 다리의 방향도 중간에 조금 휘어져 있습니다.


 ‘농()다리’라는 이름은 밟으면 움직이고 잡아당기면

돌아가는 돌이 있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고려 고종 때의 권신인 임연이 전성기에 고향 마을 앞에 놓은 것이라 전해오는 것으로 보아

이 다리는 대략 고려 말에 놓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근처 노인들 사이에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임연은 날마다 세금천에서 세수를 했다고 하는데

 어느 몹시 추운 겨울날 임연이 세수를 하다보니 건너편에서 젊은 부인이 내를 건너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어서 그 사유를 묻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에 가는 길이라고

 하였는데 그 정경을 딱하게 여긴 임연은 당장 용마를 타고 돌을 실어 날라 다리를

 놓아 주었다고 합니다.


 이때 일을 마친 용마는 기운이 다 빠져서 죽었는데 용마에 실었던 마지막 돌이 떨어져

 그대로 둔 것이 마을의 용바위라고 합니다.

나라에 큰 변고가 있을 때면 농다리가 며칠씩 우는데 한일합방 때와 한국전쟁 때도

 며칠이고 울어서 동네사람들이 잠을 못 잤다고들 합니다.


 다리가 오래되다보니 전설도 많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이 고구려로부터 낭비성을 되찾은 후

 그 기념으로 농다리를 놓았다는 전설도 전해져 옵니다.

한편, 진천 일대의 좋은 경치 여덟 가지를 꼽은 ‘상산팔경’ 가운데 ‘농암모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농다리 위에 흰눈이 쌓였을 때의 정취를 말한다고 합니다.
















농다리 상류 전경




















정자각쉼터

















상주 화북면 상오리 솔밭을 돌아 본 후 귀경길에 고속도로에 차가 많이 밀려

잠시 시간내어 들린 진천의 농다리 전경으로 이왕 진천에 온 김에 근처 묵밥집에서

식사를 한 후 안가본 곳은 아니지만 길상사와 보탑사도 덤으로 돌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