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6. 20:15ㆍ나의 이야기
좋은 차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한데 좋은 토질과
풍부한 강수량, 연중 따뜻한 기온입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이 세 가지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지역입니다.
차는 연평균 기온이 14∼16도인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재배되는데 특히 겨울의
기온은 영하 5∼6도 이상, 연 강수량은 1천300㎜ 이상이어야 최적입니다.
연평균 기온이 15도, 강수량이 1천500㎜인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런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역입니다.
제주도의 토양을 이루는 현무암질의 화산회토도
좋은 차를 만드는 일등 공신입니다.
유기물을 다량 함유한 제주의 화산회토에는 밟으면 부드럽게
푹푹 꺼질 정도로 미세한 틈이 아주 많습니다.
차나무가 이 틈 사이로 깊게 뿌리를 내려 웬만한 태풍에도 꺾이지 않을 뿐
아니라, 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게 됩니다.
화산회토는 차 나무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천연 필터 역할도 합니다.
토양, 기온, 강수량과 함께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바람입니다.
제주의 거센 바람은 차나무에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어 차의 감칠맛과 향을
배가시키고 찻잎을 깨끗하게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녹차 산지로 꼽히지만,
차 재배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이 1979년 한라산 기슭의 버려진 돌무지 땅
16만 평을 개간해 차밭을 조성하면서 제주의 다원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제주에 도순다원을 시작으로 한남다원(47만 평)과
서광다원(21만 평) 등 총 세 곳의 다원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차밭은 연둣빛 새순이 돋는 4∼5월이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군산오름을 돌아보고 난 후 중문 시가지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음 코스로 향한 곳은 숙소 근처에 있는 도순다원입니다.
사실 도순다원은 제 블로그에도 여러 번에 걸쳐 올렸지만 한겨울 모진 바람을 이겨내고
짙은 초록빛을 선사하는 차밭은 언제든 찾아가도 또 다른 매력이 있기에 안사람과 찾았습니다.
사실 저희 안 사람만 하여도 제 숙소 근처에 이런 큰 다원이
있는지 조차도 전혀 모르는 곳입니다.
제주도의 차밭 하면 설록다원을 보통 많이 찾는 곳인지라.....ㅎ
그런데 저는 그곳보다는 한가한 이곳이 더 마음에 와닿는 곳입니다.
한라산과 어우러진 서정적 풍경을 지닌 도순다원에서 바라다본 한라산
도순다원은 서귀포 시가지 북부 중산간도로와 제2산록도로
사이에 꼭꼭 숨어 있습니다.
박물관과 카페 등 부대시설을 갖춘 서광다원처럼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풍경만큼은 세 곳 차밭 중 으뜸입니다.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 굽이굽이 펼쳐진 차밭 너머로 한라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바라다 보이고 뒤를 돌아보면 초록빛 찻잎 물결 너머로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형제섬과 저 멀리 가파도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추사 김정희는 우리나라 3대 다인(茶人)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55세 되던 해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제주도로 유배 온 그는 8년 3개월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국보 180호인 세한도와
추사체를 완성했습니다.
추사체에는 거친 제주의 환경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 혹은 돌담이 연상됩니다.
추사가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걸작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제주의 자연환경은 추사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됐습니다.
이런 걸작을 탄생시키기까지 추사는 10개의 벼루에 구멍을 냈고,
1천 자루의 붓이 닳아 없어졌다고 합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서광다원에 있는 '티스톤'은 이런 추사의 일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다도 체험 공간입니다.
추사의 벼루와 붓을 형상화해 만든 건물 안에서 차를 즐기고
다도를 배우는 티 클래스가 진행됩니다.
티스톤이라는 이름은 차를 뜻하는 티와 추사의 벼루를
뜻하는 잉크 스톤을 합친 것입니다.
거대한 벼루 안에서 차를 우림으로써 자연과 사람이 함께 하는 차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같은 차라도 어떤 다기에 누가 우렸는지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차를 즐겨 마신다면 티 클래스를 들으며 차에 대한 지식을
넓혀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차는 발효 여부에 따라 녹차와 발효차로 나뉩니다.
녹차는 찻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찌거나 덖은 것입니다.
찻잎을 발효시킨 발효차는 발효 정도에 따라 다시 반 발효차,
완전 발효차 등으로 세분됩니다.
중국의 우롱차가 대표적인 반 발효차입니다.
홍차는 찻잎을 80% 이상 발효시킨 것으로,
강 발효차(혹은 완전 발효차)로 불립니다.
서양에서 홍차를 블랙티라고 하는 것은 산화 발효가 일어난
홍차 건잎의 색깔이 검은색을 띠기 때문입니다.
동양에서는 이 잎을 뜨거운 물에 우리면 붉게
우러나온다고 해서 홍차라 부릅니다.
녹차는 너무 높은 온도의 물로 우리면 차의 맛이 쓰고 떫어지기 때문에
70도가량의 물로 우리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발효차는 발효되는 과정에서 떫은맛이 없어지므로
높은 온도의 물로 우려도 됩니다.
90도가량의 물로 2∼3분 우리면 발효차의 감칠맛이 잘 우러난다고 합니다.
향이 좋은 발효차를 마실 때는 맛을 보기 전 그 특유의 향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뚜껑이 있는 다기인 개완에 뜨거운 물을 넣어 데운 뒤 물은 버리고 마른 찻잎을 넣어
뚜껑을 닫은 다음 흔들면 달궈진 개완 안에 찻잎의 향이 가득 퍼집니다.
차를 우려 마신 뒤에는 젖어 있는 찻잎의 향기도 맡아보시면 구수하고
스모키 한 건잎의 향과 달리 달큼하면서 부드러운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수 다원에 곱게 핀 벚꽃
도순다원은 서광다원, 한남다원과 함께 (주)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주)장원이
운영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제다 공장을 만든 곳입니다.
녹차 생산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이산화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고 있는
생태관광지며 규모가 26만 4,400㎡에 이릅니다.
도순다원은 차밭 기행을 좋아하거나 풍경사진 촬영에 관심이 많은 여행객 정도만 찾아오는
매우 한적하여 한라산을 마주한 녹차밭과 제주의 바다를 배경으로 가진 아름다운 다원입니다.
출입을 통제하는 표찰이 입구에 부착되어 있으나 차밭을 돌아보아도 큰 제재는
없기에 작업에 방해 없이 차량편으로 조용하게 돌아보시면 됩니다.
다음 여행 코스로 켄싱턴 리조트와 강정천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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