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들(진주 두달살기 2021.6.22)

2021. 7. 3. 20:04나의 이야기

 

가천 암수바위(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3호) 전경

 

 

삼천리 방방곡곡 마을마다 대개 남근이나 여근을 뜻하는

한두 개의 이름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름들은 고대 성기 숭배 신앙의 흔적이거나

기자 신앙이 결합한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풍수지리상 음기가 강한 곳에 남근석을 세워 음기와 양기의

조화를 이루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무덤을 여근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묘 앞에 세우는

망주석은 남근을 상징한다고도 합니다.

 

이 둘이 결합해 자손들이 번창하고 복 받기를 소망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다랭이마을은 우리나라의 성 신앙의 메카라고

불려도 되는 곳입니다.

 

2005년 명승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민속학자들에게는 매우 유명했습니다.

 

현지에서는 미륵바위로 통하고 공식적으로는 '가천 암수바위(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3호)'라고 불리는 대형 성기 바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륵바위라고도 불리는 가천 암수바위 전경

 

 

지리산 삼성궁과 꼬마 트롯 가수 정동원의 고향 자택인 우주 총동원을 거쳐 찾아온

가천 다랭이마을 전경으로 오늘은 평일인지라 우리 가족들의 여행을 편하게 하기 위하여

마을 안쪽까지 차로 내려와 바로 암수바위 쪽 부근부터 다랭이마을을 돌아봅니다.

 

사실 저야 이곳 다랭이마을은 물론 설흘산, 응봉산도 두 차례에 걸쳐 등산을 한 적이 있었었고

한 차례에 걸친 바래길 트래킹도 한 적이 있었던지라 제겐 이 마을이 새로운 곳은 아니었지만,

안사람과 막내가 제가 두 달 살기를 하고 있는 진주 숙소로 어제 오전 KTX 열차 편으로2박 3일

여정으로 내려왔기에 안사람과 막내가 돌아보지 못한 곳 위주로 오늘 여행 일정을

잡을 수 밖엔 없었습니다. 

 

어쨌든 이곳은 여러 번을 온 곳이긴 하지만 경치가 남해에서는

아름다운 곳이다 보니 여러 번을 다시 와도 좋습니다.ㅎ 

 

 

남해는 통영과 여수로 이어진 한려수도의 중심지로 남해를 육지와 연결하는 남해대교를 지나

남쪽으로 가면 망망대해가 펼쳐지는데 벼랑에 걸려 있는 마을이 바로 다랭이마을입니다.

 

이 마을의 유래를 알면 전화위복 또는 새옹지마가 이런 경우를

뜻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천마을의 옛 이름은 간천(間川)이었으나 조선 중기에 이르러 갈대가 많은

냇가에 자리 잡고 있다 해서 가천(加川)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랑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따위에 있는 계단식의 좁고 긴 논배미'라고

설명되어 있으며 지역에 따라 '다랭이' 또는 '달뱅이'라고 불려집니다.

 

다랭이마을은 손바닥만 한 논이 언덕 위에서부터 마을을 둘러싸고 바다까지 이어집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45도 경사 비탈에 108개 층층 계단, 10제곱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것부터

1,000제곱미터에 이르는 것까지 680여 개의 논이 펼쳐집니다.

 

이곳에서는 길, 집, 논 등 모든 것이 산허리를 따라 구불거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곡선 위의 오선지 같은 아름다움을 연출합니다.

 

다랭이마을이 생기게 된 경위는 간단한데 선조들이 산기슭에 90도로 곧추 세운

석축으로 한 평이라도 더 논을 내서 쌀을 확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논에 대해여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남해군 남면에 위치한 다랭이마을은 옛날 한 농부가 일을 하다가 논을 세어보니 논 한 배미가

모자라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한 배미가 있었다."

 

이처럼 작은 삿갓을 씌우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논이라 해 삿갓배미, 삿갓 다랑이 또는

죽이나 밥 한 그릇과 바꿀 정도로 작다 해서 죽 배미나 밥 배미로 불리기도 합니다.

 

다랭이 논은 이곳에 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주민들의 눈물과 땀으로 만든 땅으로 위정자나

지주들의 착취와 전쟁 등을 피해 오지 중의 오지로 이주한 가난한 농민들은 돌투성이의

가파른 비탈을 개간해 논으로 만들었습니다.

 

걷어낸 돌로 논둑을 쌓고 물이 쉬 빠져나가지 않도록

점토나 흙으로 마감했습니다.

 

모든 일이 사람 손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의 목표는 손바닥만 한

땅도 논으로 만든다는 것이었지요.

 

수백 년 동안의 눈물겨운 노동으로 일구었으므로

계단식 논은 생태 가치가 높습니다.

 

토양 침식을 막고 물을 머금어 홍수를 줄이며, 산속에 습지를

조성해 생물 다양성을 높였습니다.

 

태풍이 종종 부는데도 유실된 논이 없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민초들의 고단한 삶이 예술로 승화되어 계단식 논이 되었다고 극찬합니다.

 

현재에도 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여전히 소와 쟁기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이 많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이 오히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명소를 만들었습니다.

 

계단식 다랭이 논의 가장 큰 문제는 물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천수답이 기본이지만

필요할 때 물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는 문제 역시 선조들이 슬기롭게 해결했습니다.

 

마을 자체가 설흘산과 응봉산을 등에 업고 있으므로, 위에서부터 고루 물을

댈 수 있게 수로를 각 논으로 연결한 것이지요.

 

암튼 이렇게 물을 공급하도록 수로를 만들기 위한 고통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겠지만......

 

 

다랭이마을은 다랭이 논으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벼농사를

많이 짓지 않고 마늘 밭이 주를 이룹니다.

 

다랭이 마을에서 마늘을 기르게 된 데는 이력이 있는데 남해에는 과거에 마늘 밭이 많았는데

어느 해 마늘을 심은 농가가 늘어나는 바람에 마늘 값이 폭락했다고 합니다.

 

이때 마늘 밭에서 저마다 일정량의 마늘을 뽑아냈더니 마늘 값이

폭등해 오히려 소득이 좋았다고 합니다.

 

남해의 마늘은 다른 지역보다 맵고 알이 굵어 질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어 현재 많은 곳에서

마늘을 심는 까닭은 남해대교 등의 개통으로 뭍과 마을을 잇는 다리가 생겨나면서 유통이

편리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에도 마을 사람들이 마늘 농사를 짓지만 대부분 민박으로

생계용 직종을 바꾼 지 오래되었습니다.

 

마을에서 민박을 치지 않는 집을 찾기 힘들 정도이지만 먼 옛날 농토 한 뼘이 아쉬워

산비탈을 깎아 만들었다는 계단식 논들이 펜션과 카페 등으로 많이 사라지고 있어

아쉬움은 커 저만 갑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마을의 풍광은 여전하고,

남쪽 바다는 변함없이 새파랗습니다.

 

 

남해의 가천 다랭이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한 척 없는 마을로 해안절벽을 끼고 있는 탓에

방파제는 고사하고 선착장 하나도 만들 수 없다 보니 마을 주민들은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한 층 한 층 석축을 쌓아 만든 다랭이 논 (명승 제15호)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가천 다랭이마을 체험은 남해인의 억척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다랭이 논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들쭉날쭉 제 멋대로 생긴 논들이지만 그 사이사이로 산뜻한 산책로와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편안히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다랭이의 명물인 암수바위(경남 민속자료 제13호)와 밥무덤, 구름다리,

몽돌해변 등을 돌아보는 데 1시간 남짓 시간이 소요됩니다.

 

 

수국이 만개한 다랭이 마을 

 

 

안사람과 막내

 

 

 

다랭이마을 사람들이 어렵게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어촌인데도 남다른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바닷가 마을이라고 하면 어업이 주를 이룰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런데도 이 마을에는 포구가 없습니다.

 

이유는 마을 아래쪽 해변에 내려오면 금방 알 수 있는데 거친 파도와

많은 바위 때문에 조각배조차 정박할 공간이 없습니다.

 

더구나 태풍도 잦아 배의 쉼터가 되지 못해 남해에서

선착장이 없는 유일한 갯마을이랍니다.

 

 

 막내아들

 

 

먼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 경력직으로 취업한 S그룹  출근을 앞두고 시간이 생겨

안사람과 함께 우리 집 반려견 찡코 돌보미 보조로 제게 놀러 온 막내아들로 프로 3년 차

컴퓨터 프로그래머랍니다.

 

이 넘도 저를 닮았는지 낚시를 좋아하다 보니 이런  곳을 오면 경치보다는

낚시가 잘되는 곳인지가 더 궁금한......ㅎ

 

암튼 전공이 요즘 잘 나가는 분야라 취업도 골라서 가다 보니 제법 당당한...... 

 

 

 

다랭이마을 후면으로 보이는 응봉산과 설흘산 전경으로 암릉 미가 제법 멋지고

남해 바다 조망권이 좋은 산입니다.

 

궁금하시다면 제 블로그 하단부 검색창을 통하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독일마을 전경

 

통영의 아는 횟집에서 저녁을 회로 먹으려던 생각은 안사람과 아들이 다 통영은 돌아본 적이

있다기에 독일마을을 차라리 거쳐 가자기에 독일마을을 돌아보다 보니 저녁이 많이 늦어버려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독일마을 앞바다인 물건항의 방풍림과 물건항 전경

 

 

독일마을의 다양한 펜션과 카페들

 

 

독일마을을 배경으로 한 안사람과 반려견 찡코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저희 집 반려견 찡코는 오늘 업혀서 지리산 삼성궁을 돌아보았고 남해 다랭이마을을 저와 우리 막내아들의 등에 업혀 돌아보았으니 상전도 이런 상전은......ㅋㅋ 

 

이 넘은 먹성이 심하고 걷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견종인지라.....ㅜㅜ  

 

 

물건항 전경

 

 

 

남해군 요트학교 옆의 물건 횟집

 

이 횟집에서 평일인 탓에 전세를 내고 자연산 회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만 이곳 남해의 횟집들은

자연산 회가 주 메뉴이다 보니 밑반찬들은 별로인 탓에 그다지 가성비는 없습니다.

 

우럭과 돔 자연산 회를 아주 좋아하신다면  모르지만  바다의 다양한 것들을

좋아하는 잡식성인 저희 가족들에겐.....ㅜㅜ

 

 

물건항의 무인등대 전경

 

 

물건항에서 저녁을 해결한 뒤 장대비가 내리는 어두운 도로를 질주하여

진주의 이반성 정수 예술촌 두 달 살기 숙소로 향합니다.

 

내일은 안사람과 막내가 오전에 귀경하는지라 우리 가족의 제 진주 두달살기

방문 여행은 이곳 여행이 마지막 코스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