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3. 14:43ㆍ나의 이야기
4코스(낭길) 총 거리 1.8km 소요시간 약 40분
(권덕리마을회관~권덕리해변~따순기미~바람구멍~읍리해변방파제)
뒤돌아 본 권덕리 해변 전경
낭길에 외로이 홀로 핀 새우난으로 메마른 곳에서 자라는
탓인지 꽃대가 그리 실하지 않습니다.
낭떠러지 전경
앵초
각시붓꽃
낭길
- 정경화 -
섬은 아주 조용히, 길 하나를 낳았네
육지서 따라온 시간 잠시 멈춰 두라며
새우란 금빛 향기가 계집처럼 반기네
섬은 아주 가파른, 길 하나를 닦았네
손금보다 짜디짜도 투정 말고 걸으라며
파도살 목쉰 호령이 귓밥을 깨우네
섬은 아주 먼, 길 하나를 열었네
아무나 밟지 않아 뒷모습이 더욱 푸른
통치마 추슬러 놓고 고름 슬몃 풀어두네
청산도 슬로길은 전체 11개 코스의 17개 길로 이루어져 있는데 슬로길 코스를
다 합치면 마라톤 풀코스에 해당하는 42.195km에 이릅니다.
연간 3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슬로길을 걷기 위해 청산도를 찾는다고 합니다.
슬로길은 원래 청산도 주민들이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할 때 걷던 길로 청산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됐습니다.
청산도에서는 속도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잠깐 벗어나, 느림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청산도 곳곳에서 느림을 형상화한 쉼표 조형물, 달팽이 조형물 등을 찾아보는 것도
슬로시티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취소됐지만, 청산도에서는 매년 4월 ‘청산도 슬로 걷기 축제’가 열리는데
관광객들은 유채와 청보리의 물결 사이로 느리게 걸으며 청산도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낭길은 낭떠러지를 끼고 난 길을 일컫는 말입니다.
읍리 앞개 해변
갯무꽃과 유채꽃
청산도 슬로길 제2코스 사랑길
청산도 슬로길 제2코스 사랑길 중간 부분인 모래남길에서 당리로 향합니다.
둔 막골 전경
로드 캐스팅 모델
초분
초분은 마치 풀로 지붕을 덮은 배 같은데 이승을 떠났지만 초분의 주인은
땅속에 묻히지 못하고 땅 위에 모셔져 있습니다.
초분은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망자의 관을 덮었는데
볏짚은 삭을 대로 삭았습니다.
임시 주거지에서의 거주기간이 끝나면 초분의 주인도 이 선산의 어느 땅
한 모퉁이에 아주 터를 잡게 될 것입니다.
서로 멀지 않은 완도의 섬들에서 초분을 쓰는 이유는 제 각각으로
초분을 쓰는 것은 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물론 소나 개의 산달에 초상집을 가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집안의 큰 행사가 있는 해에 초상이 나면 초분을 썼는데 자녀의 결혼식 날짜를
받아놨는데 초상이 나는 경우가 그런 때입니다.
자식이 군대에 가 있을 때 초상이 나도 초분을 썼는데 하지만 청산도에서는
주로 설 명절을 전후해 초상이 나면 어김없이 초분을 쓴다고 합니다.
몇몇 사람만 참가해서 임시 장례를 치른 후 초분을 쓰고
3년이 지나야 만 매장을 합니다.
풍수에게 길일을 받아서 매장을 하지만 그해 길일이 없다고
판명 나면 또 3년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과거 어떤 초분의 주인은 십몇 년씩이나 땅에 묻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초분은 풍장으로 풍장은 살이 풍화되고 남은 뼈만 추려내
매장을 하는 이중 장례 풍습이지요.
지금은 청산도를 제외하고는 섬 지방에서도 더 이상 초분을 보기 어렵게 됐지만
근자까지도 서남해의 섬에서는 초분이 흔했습니다.
뭍에서는 옛날에 사라진 이중 장제가 섬 지방에서 유달리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은
섬이란 폐쇄적 공간의 신앙행위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승과 저승 사이 강을 건너 죽은 자들이
저승으로 간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요루바 족의 원로들은 저승으로 가는 강을 건너기 위해
카누에 태워 매장되기도 합니다.
섬사람들에게 바다란 현세 삶의 공간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제는 섬을 집어삼킬 듯 풍랑 거세던 바다가 오늘은 또 간데없이 평화롭습니다.
바다란 늘 삶을 이어주는 생명의 바다인 동시에 삶을 끊어버리는
죽음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삶을 건너는 일만이 아니라 죽음을 건너는 데도 배가 필요합니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생사의 바다.
섬사람들은 그 바다를 건너게 해주는 연락선으로 초분을 만들어 이용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편제의 촬영지이며 TV 드라마인 봄의 왈츠 세트장이 자리 잡은 당리마을 언덕은
청산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의 하나입니다.
이 언덕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돌담길에서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장구를 치고
내려오며 부르던 진도 아리랑의 노랫가락이 귓전을 울립니다.
'범 내려온다'는 구전(口傳)·민전(民傳)으로 내려온 노랫말에 이 날치가 가락을 입히고,
부른 전통 음악형식을 차운(次韻)한 일탈 같은 창조 장르로 가장 토속적인 음악으로
친근감이 있으며 진부하지 않은 중독성을 가진 종합 풍물노래입니다.
그런데 이날치가 바로 박유전의 직계로 서편제의 거장이니 제가 이 청산도에서
촬영된 서편제의 한 장면과 같은 연상을 한다는 게 조금은 이상한가요?
범이 내려온다란 구절을 생각하며 범바위에서 낭길을 따라 이 곳으로 왔으니
제가 오늘 걸았던 코스가 바로 서편제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로드 캐스팅 모델
무박 당일치기 여행으로 10여 년 만에 다시 찾아온 청산도.
느림의 미학보다는 조금 많이 걷는 길로 빠르게 청산도의 속살과
핵심 해변길을 빠르게 돌아보았습니다.
머물렀던 시간이 4시간 30여분인데 걸었던 구간은 조금 다리가
아플 정도였다는 생각에 웃음이.....ㅎ
도청항에서 바라다본 당리 서편제 촬영지 전경
차도선에서 바라다 본 청산도 전경
청산도 도청항에서 약간의 횟감으로 곁들여 점심과 반주를 한 후 오후 1시 차도선으로
완도로 나와 오후 2시 30분경 완도에서 인천으로 귀경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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