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3. 10:22ㆍ나의 이야기
제주에 홀려 오로지 제주만을 찍은 사진가 김영갑.
그는 쌀보다 필름을 먼저 샀고, 필름을 사기 위해 굶주린 배를
부여잡으며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루게릭병으로 온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순간까지 카메라를 놓지 못하고
잡아냈던 제주.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가면 그가 온 삶을 던져 포착한
'진짜 제주'의 모습이 살아 있습니다.
한 남자가 목숨 바쳐 사랑한 제주의 참모습
제주 여행 중 김영갑 갤러리가 코스에 들어 있다면
여행 콘셉트를 '힐링'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폐교였던 삼달 분교에 자리한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면 깡통 인형이 '외진 곳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는데 그 인사 한마디에 따듯하고 인심 좋은
주인의 성품이 느껴집니다.
교실 안 갤러리는 그 분위기만으로 제주의 바람이 된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모자라거나 부족함도 없고 자로 잰 듯한
현대 갤러리의 아찔함도 없습니다.
두모악 갤러리는 그저 제주의 자연처럼 포근하고 평화로우며
그가 살아서 숨을 쉬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아이들은 낮에 늘 머물던 교실을 개조하여 만든 갤러리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대신하여
제주의 바람과 풍경들을 담은 사진들과 그의 채취만이 남아 있습니다.
학교가 폐교한 후 이곳을 작업실로 삼았던 김영갑 작가는
운동장을 정원과 야외 전시장으로 가꾸었습니다.
투병 중 손수 일군 것으로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맞이한
김영갑 작가는 이곳 정원에 뿌려졌습니다.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은 산책하면서 작가를 느낄 수가 있는데 돌에 걸터앉은 카메라를 맨
돌하르방의 모습에서 그의 모습이 겹쳐 지나갑니다.
연인과 함께 제주의 돌담을 따라 푸르게 난 잎들과 사진을 찍어봐도 좋은 토우들 인형들의
아기자기한 모습들 속에 함초롬히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의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내부 전시장은 직사각형의 액자 안에 담긴 제주로 가득한데 첫 번째 전시실인
'두모악관'에는 하늘과 구름을 담은 사진이, '하날 오름관'에는 바람과 오름을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의 사진 속에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뉘어 있는 풀숲과 제주의 기생화산 오름,
그리고 자연이 숨 쉬고 있습니다.
은은한 조명과 바닥에 깔린 현무암들이 모든 작품을 감상하는 데
적절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그가 사진으로 찍지 않은 것은 제주도에 없는 것이다"라는 말에서
작가의 활동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여 년간 그가 제주에 머물며 남긴 사진은 20만 장이 넘는다고. 합니다.
전시장은 두모악관, 하날오름관, 유품전시실,
영상실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사진 전시장인 두모악관과 하날 오름관에는 제주의 오름과 중산간 지역,
마라도, 해녀 등을 주제로 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품전시실에는 김영갑 선생의 유품인 책과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고,
영상실에서는 김영갑이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던 시기의 모습과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의 바람이 된 사진작가 김영갑
제주를 향한 세간의 관심이 지금보다 덜 쏠렸던 그때.
사진작가 김영갑은 제주에 정착했습니다.
댕기 머리, 낡은 카메라, 손수 물들여 입은 갈옷. 그의 렌즈는
모두 섬, 오로지 제주만 바라봤습니다.
김영갑은 제주의 바람, 돌, 억새, 나무, 자연 그리고
제주인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2005년 김영갑은 48세의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영갑은 투병 생활을 하는 6년 동안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 갤러리를 만드는 데 열중했습니다.
이렇게 완성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제주를 찾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전시장과 정원을 모두 둘러보았다면 정원 후면에 있는 '두모악 찻집'으로 발걸음 해보면
무인카페로 운영되는 작은 찻집에 캡슐커피가 있어 원하는 대로 커피를 골라
내려먹을 수 있습니다.
창가에 꽂혀 있는 노트는 모두 다녀간 사람들의 기록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쉽게도 코비드 19 때문에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습니다.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처럼 흘러가는 제주도의 겉모습만 돌아보고 떠나는 관광객들은
좀체 느껴보기 어려운, 제주도의 아름다운 속살이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오름, 초원, 바다, 안개, 바람, 하늘, 그리고 왠지 모를 그가 제주도에서 보내면서 느꼈던
쓸쓸함까지 제주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그의 사진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하는 저로서도 이 곳에서 고독과 싸우며 오로지 제주의 자연을 담으려고
노력하였던 그의 숭고한 작품 열정에 감탄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주의 감춰진 깊은 속살을 찾아 수많은 발품을 팔아 그의 열정으로
손수 만들어간 두모악 갤러리가 부럽기만 합니다.
나에게도 이런 불꽃같은 열정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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