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30. 18:54ㆍ나의 이야기
복원된 돈덕전 전경
돈덕전은 덕수궁의 건물 석조전의 뒤편에 있습니다.
덕수궁은 근대에 지은 황궁이니만큼 서양식 건물, 양관(洋館)이
여러 채 있었는데 돈덕전도 그중 하나입니다.
러시아제국의 건축가 아파나시 이바노비치 세레딘사바틴이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돈덕(惇德)' 뜻은 ‘덕(德) 있는 이를 도탑게(惇) 하여 어진 이를 믿는다”로
서경(書經)의 순전(舜典)에서 유래했습니다.
현판 글씨는 당나라 명필 구양순(歐陽詢)의 글자를 모아서 만들었는데
현재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 중입니다.
처음에는 경운궁(덕수궁의 옛 이름) 영역이 아니었다가 대한제국 정부의 총세무사였던
영국인 존 맥리비 브라운(J. M. Brown)이 관장하던 해관의 한옥 청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1901년(광무 5년) 경에 경운궁으로 편입된 듯 합니다.
그러나 궁내 주요부 영역과는 떨어져 있다가 이후 기존의 해관 건물을 철거한 뒤
새로운 양관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 새 양관이 바로 돈덕전입니다.
돈덕전을 지은 이유는 1902년(광무 6년) 10월에 있을
'고종 즉위 40주년 기념 칭경예식' 때문이었습니다.
고종은 이 예식을 통해 근대 국가 대한제국의 위용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 일환으로 각국의 외교관들을 초청해 대규모 행사를 계획했는데 바로 그 행사의
연회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돈덕전을 지은 것입니다.
그러나 공사의 진척 속도가 많이 더뎠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옥헌이 불타자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902년(광무 6년) 5월 경에야 다시 진행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이후 언제 완공했는지 알 수 없지만, 《황성신문》 1903년(광무 7년) 4월 6일 자 기사에 칭경예식 장소와
관련하여 돈덕전 언급이 있는 것을 보아 적어도 그 이전에 완공했고 이름도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1902년(광무 6년) 10월에 치렀어야 할 칭경예식 행사를 1903년(광무 7년) 4월까지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원래 계획한 날에 열지 못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이유로 미뤘다가 결국 영원히 개최하지 못했습니다.
1904년(광무 8년) 4월에 일어난 경운궁 대화재 때 다른 주요 건물들은
불 타 사라졌지만 돈덕전은 무사했다고 합니다.
이후 돈덕전은 황실과 정부에서 수옥헌과 함께 주로 사용하는 건물이 되었습니다.
황제와 황태자가 각국의 공사와 사절들을 만나고 연회도 열었으며,
신하들을 접견하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한 예로, 1906년(광무 10년)에는 황태자 이 척(순종)과
가례 때 연회장으로 사용했습니다.
외국의 국빈급 귀빈들이 묵는 일종의 영빈관으로도 활용되었는데 궁궐에 외국인 숙소가 있는 게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애당초 외국인과 교류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음을 생각하면 크게 의아할 일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1905년(광무 9년) 방한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딸
앨리스와 일본 황족이 여기서 머물렀습니다.
1905년(광무 9년) 11월 을사조약 이후에는 일본 경관들이 머물며
경운궁을 감시하는 공간으로 사용했습니다.
1907년(융희 원년) 8월에는 순종이 이곳에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로 즉위했습니다.
순종은 이곳으로 이어하려 했지만, 계획대로 하지 못하고 대신 즉조당으로 이어했으며
돈덕전은 신하들과 일본 관리들이 황제를 배알 하러 오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해 10월에 일본 요시히토 황태자(훗날 다이쇼 덴노)가 방한했을 때에는 상견례와 회식을 하는 곳으로
활용되었고, 11월에 순종이 창덕궁으로 이어한 후에는 고종이 외부인들을 접견하는 용도로 사용했습니다.
1910년에 석조전을 완공하고 서쪽 궁장을 확대하면서, 돈덕전은
비로소 덕수궁 주요부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이태왕으로 강등당한 고종의 탄신연을 비롯하여 여러 행사가 열렸습니다.
돈덕전 현판
전시실로 꾸며진 1층 내부 전경
1층 복도 전경
2층 자료실 전경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회화나무
2층 복도 전경
2층 휴게실 내부 전경
덕수궁 석조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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