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헤아리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 사유의 방(국립중앙박물관 2022.1.27)

 

반가사유상은 의자에 걸터앉아 왼쪽 다리는 내리고 그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은 자세로,

오른쪽 팔꿈치를 무릎에 놓고 손끝을 뺨에 살짝 대어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보살상

(菩薩像)으로 독특한 형식의 보살상임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예배 대상으로 6∼7세기 약 100년

동안 집중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국보 제78호와 제83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전 태자였을 때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인도에서는 3세기경 처음 등장하는데 불상의 좌우에 교각보살상과

함께 협시보살상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중국의 경우 명문을 통해 ‘태자 사유상’ 혹은 ‘사유상’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나무 아래에서 혼자 명상에 잠긴 모습으로 표현되거나 이후 나무의 모습이 생략된 채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자 사유상’으로 조성된 흔적 혹은 명문이

발견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반가사유상이 ‘태자 사유상’보다는 ‘미륵보살상’으로 인식되었는데,

그 이유는 일본 야 츄우지(野中寺)에 있는 반가사유상의 대좌에 ‘…미륵어상(弥勒御像)…’

이라 새겨진 명문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반가사유상이 역사적으로 미륵신앙과 관련을 보이며

중국 역시 석굴에 조각된 명문 없는 반가사유상이 미륵보살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상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태자 사유상’과 마찬가지로 ‘미륵보살상’이란 명문이 발견된 예가

없으며 미륵보살로 확증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없어 최근에는 ‘미륵보살 반가상’보다 ‘반가사유상’

으로 그 명칭을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얹고

 

오른손을 살짝 빰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삶에 대한 짙은 고민과 깨달음의 상징입니다. 

 

 

보일락 말락 하는 엷은 미소에

 

눈은 지그시 감은 듯 살포시 떤 듯, 입은 다문채.

 

관조하며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은

 

생각하는 부처님이십니다.

 

 

 

반가사유상은 의자에 반가좌(半跏坐)한 자세와 사유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팔의 표현 이외 몇 가지 공통적인 형식이 있습니다.

 

머리에는 보관(寶冠)을 쓰고 상의는 입지 않은 나신(裸身)이며

하의로는 치마[裙衣]를 입습니다.

 

나신의 상체에는 목걸이를 하거나 팔찌로 장엄하고

간혹 천의(天衣)를 걸치기도 합니다.

 

치마는 허리에서 띠로 묶어 고정하는데 측면으로 떨어지는 이 띠는 둥근 옥의 형태인

벽(璧)과 띠 아래 끝단에 혹은 별도의 비대(紕帶)를 달아 장식했습니다.

 

의자 아래로 내린 발은 연화 족좌(足座)를 밟고 있는데 반가사유상은 이러한 공통적인 형식을

바탕으로 조성되며 조형성과 함께 모델링 그리고 치마의 주름과 장신구, 비대, 보관 등의

양식적 차이를 통해 반가사유상의 국적과 시기를 구분합니다.

 

반가사유상은 흙, 돌, 금동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되는데 중국의 경우

그 크기가 30㎝ 내외의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30㎝ 내외의 반가사유상이 일반적이지만

대형의 반가사유상도 제작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제78호와 제83호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크기는

약 1m이며 봉화 북지리에서 출토되어 현재 경북대학교박물관에 소장된 석조 반가사유상은 현재

남아있는 하반신의 크기가 150cm로 완전한 반가사유상의 크기는 약 2m로 추정됩니다.

 

반가사유상은 초기 불상의 협시보살로 등장하다 이후 독립된 상으로 조성되는데, 특히 대형

반가사유상의 제작은 법당 안에 안치되어 독립된 예배의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예배 대상으로 반가사유상의 존명은 현재 명확히 알 수 없으나

미륵신앙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입니다.

 

삼국시대에는 미륵신앙이 성행하였고 이와 관련된 유적에서 반가사유상이 보통 발견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 반가사유상과 양산 물금에서 출토된 금동반가사유상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양산 물금 출토의 금동반가사유상은 보관에 화불(化佛)이 표현되었는데,

보관의 화불은 고대 중국 미륵보살상에서 주로 나타납니다.

 

반가사유상은 일본에도 전해져 많은 작품이 제작되었는데 그중 일본 고류지[廣隆寺] 목조 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과의 형식이나 양식적인 유사성, 문헌 기록 그리고 재료와

제작기법 등을 토대로 삼국시대 백제 혹은 신라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

 

 

반가사유상은 현재 약 40여 구 이상이 파악되는데 이 중 몇몇의

상은 외국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삼국시대에 조성된 대마도 정림사 금동반가사유상과 나가노현 관송원의 금동반가사유상은

일본에 있으며, 같은 시기 만들어진 15㎝ 크기의 금동반가사유상 1구는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Musée Guimet)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의 대부분은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 초에 제작되었으나 양주 수종사 오층 석탑에서

발견된 금동반가사유상과 같이 드물게 조선시대에 제작된 사례가 남아 있습니다.

 

 

반가사유상은 6세기∼7세기에 걸친 비교적 한정된 시기에 성행한 조각상으로 이 시기 삼국은

미륵신앙이 유행하였고 이 신앙과 관련이 깊은 반가사유상은 당시 시대상을 대표하는 유물로

문화재적 가치가 큽니다.

 

또한 반가사유상은 각 신체 부위와의 조화에 따른 자세의 구성이 복잡하여 만들기가 어려운

상이므로, 우리나라의 고대 조각의 기술적 발달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