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0. 12:14ㆍ나의 이야기
동굴의 길 제2코스에 곱게 핀 맨드라미 군락
맹아림(Sprout forest)
나무가 우거진 곶자왈을 걷다 보면 여러 개의 줄기를 가진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데 줄기가 하나여야
할 큰키나무(교목)와 중간 키나 무(소교목)들이 왜 여러 개의 줄기를 뻗어 자라는 걸까요?
오래전에 사람들은 종가시나무 등 참나무는 숯을 만들려고, 팽나무 등은 목재로 쓰려고,
동백나무 등은 땔감으로 사용하려고, 곶자왈에서 자라는 큰 나무들을 많이 베어갔습니다.
밑동이 잘려 나간 나무들은 그루터기에서 새로운 가지들을 키워내 여럿의 줄기를
가진 나무로 성장하는데 이런 나무들로 이뤄진 숲을 맹아림이라고 합니다.
맹아림은 벌채가 남긴 상흔이자 재생의 현장으로 만장굴 일대의 곶자왈에도
이러한 상처를 딛고 자라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야고
생명의 움직임과 흐르는 생명이란 조형물 전경
불의 숨길 구간 내에는 전위 작가들의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제가 보기엔
이게 환경을 보호하자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훼손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찰을
좀 더 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작가들의 난해한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발상이라고도 하시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차라리 이런 작품들을 이런 함몰구 위에 설치하는 것보다는 주위의 다른 장소에
설치를 하고 오히려 이런 곳들은 그 곳을 잘 보일 수 있도록 제거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북오름굴 입구를 막고 만든 사각형의 철구조물에 사각 알미늄 반사판을 설치한 곳은
더욱 꼴보기가 싫었는데 동굴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었다면 다른 시설로도 얼마든지
가능할 텐데 빛이 반사되는 사각 알루미늄판이 동굴을 들여다볼 때 얼마나 장애를 주는지
왕짜증이 났었습니다.
차라리 있는 그대로 훼손을 안하고서라도 얼마든지 보호할 수 있는 방법들은 많으리란
생각이 들었는데 세계유산축전을 운영하시는 관계자분들께서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내 년에 보완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천장창(Window)
일반적으로 수십∼수백 미터 길이의 용암동굴 함몰 지형을 붕괴 도랑, 이보다 훨씬
좁은 지역에 국한된 함몰 지형을 함몰구라 합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분포하는 함몰 지형은 거문오름의
화산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분화구에서 가까운 상류의 동굴 구간은 강렬한 용암 활동의 영향으로 불안정하게 만들어진 동굴
천장의 상당 부분이 무너져 내려 붕괴 도랑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반면에 하류 쪽은 용암이 일정하게 공급되어 안정적으로 동굴이 만들어진 덕분에
동굴 일부 구간만 무너져 함몰구를 형성했습니다.
붕괴 도랑이나 함몰구 모두 만들어질 당시에는 모두 동굴이 무너져
생긴 것이어서 형성과정은 같습니다.
함몰구 역시 붕괴 도랑과 마찬가지로 지하수가 스며드는
숨골이자 식생이 풍부한 곳입니다.
만장굴 3 입구 상류에는 너비 30m, 깊이 5m가 넘는 대형 함몰구가 있습니다.
이 함몰구도 동굴이 무너져 생긴 것으로 만장굴과 연결된 동굴이
붕괴되면서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빌레
만장굴 3 입구(Manjanggul lava tube Entrance 3)
만장굴 3 입구는 용암동굴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긴 커다란 천장창입니다.
지표에서 붕괴한 암석들이 널려있는 바닥까지 높이가 18m이며, 내부가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실제보다 더 아찔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동굴 연구자들도 암벽등반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아래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3 입구는 현재 관람객 출입구인 2 입구에서 상류 쪽으로 3㎞ 떨어진 곳에 있는데
추락 위험이 커서 사방을 철책으로 막아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
우기철의 습한 기후 때문에 이름도 잘 모르는 다양한 버섯들이 자생하는 동굴의 길 전경
투뮬러스(Tumulus)
투뮬러스는 파호이호이 용암지대의 가장 두드러진 지형의 하나로, 쪼개진 암석들이
작은 돔 모양의 언덕을 형성한 곳을 말합니다.
이미 굳은 용암의 표면 아래로 고온의 용암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내부 압력이 지반을 들어 올려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용암에 많은 균열이 발생해 잘 구워진
빵 껍질 모양의 절리가 생겨납니다.
곶자왈 지대에 투뮬러스가 많이 발달하는데 투수성이 좋아
지하수 함양에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2-2구간은 숲이 우거진 곳에 투뮬러스와 빌레, 함몰구, 궤 등이
곳곳에 있어 전형적인 곶자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숨골(Soomgol)
숨골은 곶자왈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곶자왈을
연중 살아 숨 쉬게 하기 때문입니다.
숨골은 용암 활동으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쪼개져서 생긴 틈입니다.
곶자왈이 습도가 높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까닭은 땅속 깊은 곳까지 연결된 수많은
숨골이 수증기를 내뿜어 습기와 열기를 조절하는 덕분입니다.
곶자왈에 건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숨골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스펀지처럼 물을 흡수해
제주인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만듭니다.
또한 연중 섭씨 16∼18도의 온도를 유지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귀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곶자왈(Gotjawal)
곶자왈은 가시덤불과 나무들이 뒤섞여 있는 ‘곶’, 토심이 얕은 황무지와
‘자왈’이란 제주어를 결합해 만든 말입니다.
용암류와 크고 작은 암석 등으로 이뤄진 지질에 이끼류와 양치류, 나무와 가시덤불 등이
어우러져 세계적으로 희귀한 식생을 형성했습니다.
곶자왈에는 용암동굴이 함몰되면서 만들어진 숨골과 궤, 절리 등
투수층이 잘 발달해 있습니다.
이런 투수층을 통해 빗물의 대부분이 지하로 스며들어
제주인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만들어집니다.
또한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기에
‘제주 생태계의 허파’라고 합니다.
곶자왈은 제주도 전체면적의 6.1%에 불과하나 전체 식생의 46%를 차지합니다.
용암궤(Lava rockshelter)
지표면이 나지막하게 꺼진 용암궤는 표면이 살짝 굳은 상태에서 아래로 흘러가던
용암이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며 공간이 만들어져 생겨납니다.
작은 용암동굴의 천장이 무너져서 형성되기도 하는데 때로는 오소리가 판 굴처럼 보일 정도로
작은 규모여서 대체로 큰 규모의 동굴이 무너져서 생기는 커다란 함몰구와는 다릅니다.
용암 궤도 함몰구나 숨골처럼 지하수를 함양하고 양치식물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용암이 흘러가다 굳어진 형상
판근(Buttress root)
지표에 돌무더기가 많고 흙이 거의 없는 곶자왈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대부분 땅속으로
뿌리를 뻗을 수 없는 까닭에 뿌리가 겉으로 드러나 있다.
이들 뿌리가 마치 널빤지를 세워놓은 것처럼 생겨서 판근이라고 한다.
투뮬러스처럼 바위가 많은 곳에서 보이는 판근은 바위를 얼기설기
휘감아 바위와 한 몸인 것처럼 보인다.
제주 사람들은 이를 보고 ‘낭(나무)은 돌에 의지하고,
돌은 땅에 의지한다’고 한다.
판근은 세찬 바람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무의 전략이다.
(※참고: 해설 포인트인 투뮬러스가 있는 곳에 판근이 잘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수령이 오래된 종가시나무가 자라고 있음)
숯가마터(Charcoal kiln)
숯을 굽는 가마를 제주 사람들은 숫굴 또는 숫구뎅이라고 합니다.
오래전 연료가 귀하던 시절에 주민들은 겨울철 난방을 하거나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자
나무가 많은 곶자왈에 아예 숫굴을 만들어 숯을 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제주의 숯가마는 바닥을 다진 다음에 현무암을 쌓아 올려 아치형으로 만듭니다.
가마 안쪽과 천장에는 흙을 발라 외부와의 공기를 차단한다. 가마 뒤쪽에는
연기가 빠져나가는 조그만 숨구멍(통풍구)이 나 있습니다.
숯을 굽는 용도로 사용하는 나무는 목질이 단단하고 치밀한 종가시 나무,
붉가시나무, 서어나무 등이 있습니다.
운지버섯
김녕마을의 당 안내판 전경
방사탑(Bagsatap)
방사탑은 마을의 허한 방향에 세우면 나쁜 기운이나 액운이 마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민간 신앙에 바탕을 두고 쌓아 올린 돌탑입니다.
마을의 안녕을 비롯해 전염병이나 화재 예방, 해상의 안전과
자손의 무탈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이 돌탑은 원래 방사탑이라고 하지 않고 ‘거욱대’, ‘거왁‘,
’ 극대‘, ‘까마귀’ 등으로 불렸습니다.
탑의 윗부분이 봉긋 솟아오른 것은 양(陽)으로 남성을 상징하고,
살짝 패인 것은 음(陰)으로 여성을 상징합니다.
방사탑을 쌓아 올릴 때는 속에 밥주걱이나 솥을 묻은 뒤
그 위에 사람의 키보다 높게 돌탑을 쌓습니다.
밥주걱을 묻는 이유는 솥의 밥을 긁어 담듯이 외부의 재물을 마을 안으로 담아 들이라는 뜻이고,
솥을 묻는 것은 솥이 무서운 불에도 끄떡없으므로 마을의 재난을 막아달라는 뜻입니다.
만장굴 입구 전경
트래킹을 끝내고 만장굴에서 인증 숏을
오늘 저와 함께 불의 숨길 제2구간(동굴의 길)을 함께 걸었던
명도암 참살이 마을 제주도 3개월 살기 이웃 회원들
이 곳에서 무료 순환버스를 타고 제2구간 출발점까지 가서 주차된 차량편으로 이 근처의 맛집인
선흘리 동백마을의 도르멍 한식뷔페식당으로 가서 일행들과 늦은 점심을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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