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귀한 이맘 때쯤 빛을 발하는 능소화(2019.6.24 부천 중앙공원)

2019. 6. 29. 00:53나의 이야기








여름에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능소화






여름이 이젠 제법 깊어 가는지 날이 갈수록 주변은 온통

 초록의 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푸름도 너무 오래가면 금세 신물이 나서 화사한

봄꽃의 색깔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즈음, 꽃이 귀한 여름날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능소화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도심속에 능소화로 유명한 곳 부천 중앙공원을 시간내어 찾아 보았습니다.


 고즈넉한 옛 시골 돌담은 물론 삭막한 도시의 시멘트 담, 붉은 벽돌담까지 담장이라면

 가리지 않고 담쟁이 덩굴처럼 빨판이 나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달라붙어 아름다운 꽃

 세상을 연출하는 능소화는 가장자리가 톱날처럼 생긴 여러 개의 잎이 한 잎자루에 달려

 있는 겹잎이고, 회갈색의 줄기가 길게는 10여 미터 이상씩 꿈틀꿈틀 담장을 누비고

 다니며 아기 나팔모양의 꽃을 피웁니다.

꽃은 그냥 주황색이라기보다 노란빛이 많이 들어간 붉은빛으로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듭니다.


다섯 개의 꽃잎이 얕게 갈라져 있어서 정면에서 보면 작은 나팔꽃 같고 옆에서 보면

 깔때기 모양의 기다란 꽃통의 끝에 꽃잎이 붙어 있어서 짧은 트럼펫이 연상됩니다.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 날아가 버리는 보통의 꽃과는

 달리 동백꽃처럼 통째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흔히 처녀꽃이란 이름으로도 불려지기도 합니다.


 꽃은 감질나게 한두 개씩 피지 않고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붙어 한창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핍니다.


 한번 피기 시작하면 거의 초가을까지 피고 지고를 이어가지요.

흔히 능소화 꽃가루에는 갈고리가 달려 있어서 눈에 들어가면

심지어 실명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식물의 꽃가루는 대체로 0.01~0.05밀리미터 크기의 원형이나 타원형이며,

 종류마다 형태가 다르고 표면에 돌기가 있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능소화 꽃가루는 크기 0.02~0.03밀리미터 정도의 타원형으로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표면이 그물모양일 뿐 갈고리 같은 흉기는 없습니다.


사실 돌기가 있는 코스모스 등의 꽃가루도 크기가 너무 작아 일부러 눈에 넣고

 비비지 않는 다면 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루드베키아가 곱게 핀 부천 중앙공원 전경 





































 능소화 꽃말은 "명예"이고 다른 말로는 "그리움"입니다.


소화는 원래는 궁녀로 살았지만 임금님의 눈에 띄어 빈의 자리까지 올랐다고 하는데

 빈의 자리에 오른 이후론 임금님이 처소를 찾지를  않자 소화는 외로움과 슬픔으로

 나날을 보내다 결국 쓸쓸하게 죽었다고 합니다.


죽기 전 소화는 임금님이 자주 다니는 담장 밑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이후 소화는 담장에서 피는 꽃 능소화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부천 중앙공원의 능소화 터널





 부천중앙공원의 능소화는 만개가 조금 이른 것인지 아니면 이 곳이 도심속에 있는

 공원이라 가뭄을 타는 탓인지 아직도 능소화가 활짝 피지를 않았습니다.



























중국의 시경(詩經)에 나오는 소지화(笤之華)란 이름의 꽃나무는 능소화로 짐작되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적어도 3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심고 가꾸었던 나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능소화는 시대는 알 수 없지만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짐작할 뿐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은 없습니다.


 19세기 초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에 보면 능소화는 "자위(紫葳)"라 하였으며,

“야생의 덩굴나무로 영산홍과 같이 붉은 황색을 띠며 꽃에 작은 점이 있고, 8월에

 콩꼬투리 같은 열매가 열린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산속에서도 어쩌다 만날 수가 있는데 들어온 지가 오래되었기에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사람이나 동물이 옮겨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동의보감》에서도 자위라 하였으며 줄기, 뿌리, 잎

모두 약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방을 보면 “몸을 푼 뒤에 깨끗지 못하고 어혈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과 자궁출혈 및

 대하를 낫게 하며, 혈을 보하고 안태시키며,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부인병에 널리 쓰이는 약재로 일찍부터 재배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날에는

 귀한 약나무에서 관상용으로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줄 뿐입니다.

능소화는 원래 남부지방에서 주로 심던 나무로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서울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꽃이었다고 합니다.


화하만필(花下漫筆)에는 “서울에 이상한 식물이 있는데, 나무는 백송이 있고

 꽃에는 능소화가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옛날보다 날씨가 훨씬 따뜻해진 탓에 지금은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서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능소화 외에 최근에 들여온

 미국능소화를 주로 심고 있습니다.


 미국능소화는 꽃의 크기가 작고, 거의 위로 향하여 피며 더 붉은색을 띠는

 것이 보통 능소화와의 차이점입니다.



























아름답게 활짝핀 능소화를 찾아 왔지만 아직은 만개가

 이른 탓에 중앙공원을 산책해봅니다.

































산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