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21. 22:14ㆍ나의 이야기
곽지해수욕장 전경
어제 비를 맞으며 들불축제를 보았는데 그 영향 탓인지 아직도 바람이 심한 탓에
오늘은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제주의 서부 방향쪽으로 투어에 나섭니다.
조선시대 해양문학의 백미인 "표해록"을 쓴 장한철 선생을 기리는 기념비 전경
표해록은 1770년 12월(영조46년) 장한철이 한양에서 열리는 회시에 응시하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갔다가 거친 풍랑을 만나 표류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장한철 일행은 모두 29명으로 일본 오키나와(沖繩)까지 흘러갔다가 중국 상선을 얻어 타고
돌아오다 상선의 안남(安南·지금이 베트남) 선원들에게 쫓겨나 또 다시 표류하다 가까스로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목숨을 건진 일행은 8명에 불과했는데 이 표해록은 표류의 두려움, 고향에 대한 향수,
모험심 등의 감정이 잘 드러난 표류기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야담집인 '청구야담' 등에 반복적으로 실리는 등 작품인지도와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표해록은 역사적 문헌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녔지만 특히 해양지리서로서의
가치는 가장 크다고 할 수있습니다.
한담공원에 설치된 물꾸덕을 진 제주 해녀상
제주의 땅에 돌담이 있다면 바다엔 원담이 있습니다.
해안가에 자연적으로 생긴 천연돌담, 또는 인공적으로 쌓은 둥근 돌담입니다.
밀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돌담 안에 갇히게 됩니다.
돌담이 자연 그물 노릇을 해주는 셈인데, 육지로 치면 독살입니다.
언뜻보면 바다에 펼쳐놓은 설치작품 같습니다.
물고기를 잡는 일상의 도구가 곧 예술이 됩니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절경이지만 한담해안산책로는 그야말로 절경 중의
절경이라서 보기만 하면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넘실대는 파도가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에 부딪히는 모습은
제주 해안의 대표적인 풍경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바다와 현무암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은 오랜만에
제주 바닷가를 찾은 나의 기분을 줄겁게 합니다.
하늘을 닮아 푸르다 못해 서슬퍼런 속내를 드러내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큰 소리를 냅니다.
김순이 시인의 "제주 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는 싯귀가 떠오릅니다.
들불 축제가 보고 싶어 찾아 왔던 제주 그런 탓에 혼자 가볍게 훌쩍 찾아 왔었는데
오랜만에 제주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오후에 제주를 떠나야 하기에 마지막 시간을 하늘과 맞닿은 바다에서
파도가 들려주는 적당한 파열음과 함께 바다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 찍은 사진이 많은 탓에 2편으로 올려드립니다.
제 불로그는 글보단 사진으로 그 지역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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