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을 찾아서(돌산도종주구간중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4

2011. 2. 22. 22:09나의 이야기

 

 

 

 

 

 

 

 

 

 

 

 

 

 

 

 

 

 

 

 

 

 

 

 

 

 

 

 

 

 

 

 

 

 

 

 

 

 

봄이 오는 길목을 찾아서(2011.2.20 04:30~14:30 돌산도 무박종주 산행)


  옥빛을 띤 봄 바다가 그리웠다. 돌산도 종주를 산행지로 택한 이유는 아직 징검다리를 건너오지도 못한  봄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은 산행 내내 코끝과 볼 끝을 때리는 한파와의 싸움이었고 지난 주 말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난 한 치 주저도 없이 이 번 산행지를 따뜻한 느낌과 감성이 들게 하는 돌산도 종주산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2011.2.19 23:00 교대역 8번 출구에서 28인승 산악클럽 버스에 승차하여 찰흙같이 어두운 밤을 헤쳐 밤잠을 설치며 들머리인 돌산대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경. 27.8Km 종주가 좀 버겁다고 느껴져 종주 구간 중 1/3은 접고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탓으로 과학관 옆 대미산을 들머리로 잡았다.


   바닷가 산행은 바로 해수면부터 지표를 삼는 사유로 말 그대로 산악지대 표고로부터의 산 높이보단 있는 그대로의 산 높이이기 때문에 봉우리가 낮아도 그리 만만하게 볼 정도는 아니라고 짐작은 했지만 역시 예상대로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두운 산길을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대미산 정상으로 향하였다. 전형적인 육산이나 올라가는 길에 계단이 많아 다리를 지치게 하는 코스였다. 그리 맘에 드는 산행코스는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가급적 코스가 긴만큼 산 능선을 타는 비교적 쉬운 산행이기를 바랐었는데 건 나의 희망사항이었고 봉오리 하나를 넘으면 완전히  내려와 다시 산 하나를 넘어야 하는 지루하고 힘든 싸움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산을 즐겨 찾았지만 잡목에 가려져  별로 볼 것도 없고 꼭 동네 뒷산 같은 봉오리들을 몇 개 넘다보니 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 돌산도 산들은 다 이런 것인가? 내가 가졌던 돌산도의 출발 전 감성적 느낌은 사라져 버리고 실망감만 배어 나온다. 본산 오름 능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소나무 숲 너머로 바라보면서 수죽산 잔 죽 숲을 헤쳐 나갔다. 잔 죽 숲이 끝나갈 무렵 좀 넓은 공터가 보여  일행과 함께 가져온 버너 코펠에 라면을 꿇여 가벼운 아침식사와 커피를 한 잔 하고  하산하면서 이대로 이 코스를 진행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수죽산을 하산하여 봉황산으로 직진하면 이젠 돌아 올 수 없는 루미콘 강을 건너야한다. 이대로 무리를 하면서 산악 훈련하는 군인도 아닌 내가 볼 것 없고 즐길 것 없는 산행을 계속할 것인가를 고민 끝에 결국은 직진 산행을 접고 백미코스만 보기로 마음먹고 도로변 젊은 친절한 농부의 도움을 받아 6인승 화물차를 일행과 얻어 타고 율무치로 향하였다.


    율무치로 가는 해안도로는 환상의 색다른 드라이브코스였다. 향일암을 여러 번 와 보았지만 항상 주차장 있는 도로변으로 진입하여 머물다 가곤 하였는데  이 길은 주차장 반대 해변으로 전혀 생소한 코스였다. 비록 화물차였지만 가는 시간 내내 바다경치는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햇살에 비치는 도로변 작은 포구는 아늑한 시골냄새를 풍기며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덕길을 올라 율무치주차장에 도착하니 C코스를 시작한 선두 산행 팀과 마주칠 수 있었다. 선두일행과 합류하여 간이주막에서 바다냄새가 물씬 나는 찐 굴 한 소쿠리에 막걸리로 요기를 달래고 항일함을 향하였다.


   산 아래로 작은 섬들과 옥빛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한려수도의 봄 바다와 그 바다위에 떠있는 작은 섬들........난 최고의 전망대인 산 능선을 따라가며 봄 바다를 비추는 따사로운 오후 햇살을 만끽하면서 저 푸르디푸른 옥빛 바다 색깔에 취하며 암 능위를 더듬어 금오산 정상위에 올라섰다. 푸른 바다는 지평선과 마주 닿아 하늘로 이어져 있었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보이질 않았다.


   금오산에 올라보고서야 난 깨달았습니다.

왜! 그들이 여수의 아름다움을 말하면서 향일함부터 꺼내는지를.......금오산 산자락 능선을 따라가며 굽어 본 봄 바다 풍경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봄볕에 녹아 푹신해진 산길을 따라가며 새소리를 벗 삼아 동백과 서어나무  잡목사이를 걷던 시간은 또 어떻게 펼쳐보여야 할까요? 쪽빛바다 위로 떠 있던 섬들 사이로 바다에 반짝이는 주름을 만들며 미끄러지는 고깃배가 그려내는 서정을 어찌 전해야 할까요? 고백하건데 두 시간 쯤의 산행 내내 나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런 난감함이었습니다.


  겨울 끝자락을 내 맘속에서 보내면서 새벽의 싸늘함과 오는 봄의 따스함을 동시에 품은 묘하고 신비로운 2월에 돌산도를 산행하면서.......  


 2011.2.20    룰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