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리조트~진부령~소똥령~진부령~미시령박달나무쉼터 구간의 아름다운 풍경들.1(2012.1.14)

2012. 1. 21. 23:24나의 이야기

   겨울철 눈꽃 산행은 최고의 호사다.

걸어가는 산행길이나 숲속 하얀 나라에 파묻혀 잠시 나를 잃고 능선에 쌓인 백설의 하얀 동화 속 풍경에 빠져버려 몽환의 세상에 물들어져 버리는......

 

   가지마다 눈꽃과 상고대가 화려하게 피어난 숲길을 따라 걷는 맛은 그야 말로 환상적이다.

다른 계절에는 그다지 볼품이 없었던 산이나 길도 눈이 내리면 최고의 전경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을 먹기 전에는 눈꽃 산행을 떠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름난 눈꽃 산행지들은 우리들 근처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눈꽃이나 상고대를 제대로 보려면 이른 아침에 산을 올라야 하는데, 시간을 맞추기란 쉬운 일은 아닐 듯싶다.

그러나 그리 먼 거리는 아니더라도 잘 찾아보면 한 낮에도 눈꽃을 즐길 수 있는 산들은 적지 않다.

 

    화려한 눈꽃으로 치장한 겨울산은 다른 계절에 하는 산행과는 전혀 다르다.

뽀드득 거리는 눈길에 발자국을 내며 산을 오르다 보면 마치 박하사탕과 같은 청량한 기분과 선계에서 노니는 신선처럼 되어버린 나를 발견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행을 전적으로 눈으로 한다.

간혹 산행 중에서도 입을 앞세우는 때도 있지만, 산행의 목적은 대게 빼어난 경치를 감상하는데 있다.

아름다운 풍경은 그 앞에선 이들을 정화하며 빼어난 경치 앞에서 토하는 탄성과 느끼는 감동은 산행의 가장 큰 줄거움이기 때문이리라.

 

   불원천리하고 여행자들이 피곤을 감수하고서라도 꼬박 차로 대여섯 시간 걸리는 곳으로 산행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산행 경험에서 보면 눈을 만족시키는 산행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산행이 감동이 짙고 오래도록 기억의 창고에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돌이켜 보건데 눈보다는 귀로 , 때로는 손끝으로 ,어떤 때는 마음으로 느끼는 산행이 더 즐거웠다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경치야 처음에는 입이 딱 벌어지다가도 길어야 1시간쯤이면 심드렁해지기 때문이다.

눈만으로 하는 산행 보다는 오감을 열고 하는 산행이 더 즐겁고 그 것 보다는 마음으로 보는 산행이 더 오래 남고 가슴을 울리는 법이다.

 

   하지만 마음으로 보는 산행은 말처럼 쉽지 않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려면 때로는 공부가 필요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눈도 필요하다.

산행이 단지 풍경과 음식을 탐하는 것이 아닌 공부와 마음을 닦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 산행에 있어서 난 철저하게 마음으로 느끼는 산행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오늘 북설악의 마산봉~신선봉 산행은 내게는 호사로운 눈꽃산행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당초 버스 하차 지점이 아닌 진부령삼거리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하여 도보로 산행 들머리인 알프스리조트 입구까지 걸어가면서 난 오늘 산행이 제대로 진행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지금 까지 산행한 경험으로 보았을 때 여기서 걸어서 가야 하는 알프스리조트 도보구간도 짧은 거리가 아닌데, 국도 구간이 제설이 제대로 안되어 차가 제대로 운행을 못하는 형국과 산행들머리인 알프스리조트 옆 마산봉 진입로의 허리까지 파묻히는 눈 깊이에 빠져보고는, 러셀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버스 승차시간까지는 산행이 어려워 마산봉만 올랐다가 신선봉 진입을 포기하고 갔던 길을 되돌아 하산 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난 마산봉 진입구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북설악 신선봉은 재작년 연말에 신년 산행을 갔다 왔던 코스다 보니 내게는 새론 코스도 아니었고 별로 볼 것도 없는 잡목나무 군락의 시계도 좋지 않을 마산봉만을 올라갔다 내려오기에는 아쉬울 것 같아서 이대로 산악회원들을 따라 진행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되돌아 나가서 나만의 눈과 마음으로 느끼는 산행을 할 것인가를.....

 

     깊은 고민 끝에 하얀 눈이 쌓인 진부령 국도를 따라 나만의 트래킹을 하기로 작정하고는 산행대장에게 오후 4시 까정 미시령 박달나무쉼터(마장터 입구)까지 갈 것이라고 전화로 통보하고는 국도를 따라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서 진부령삼거리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고는 진부령 국도 내리막길을 따라 소똥령 까지 트래킹을 시작하였다.

혼자 걷는 국도 길은 종전에 내린 많은 눈 위에 간밤에 내린 눈을 더하여 눈 천지로 변해 있었다.

 

     그래 나 혼자 만이면 어떠랴! 이렇게 국도 주변에 멋진 설경과 혼자 사색하며 마음으로 길을 따라 걷는 맛도 쏠쏠하게 재미가 있으리라.....

 

    산행회원들이 나를 생각하면 전체 회원들을 이탈한 내가 좀 특이한 존재이겠지만, 그게 몬 대수던가.....

나는 그렇게 진부령 내림 길을 따라 소똥령까지 그렇게 하얀 눈으로 덮힌 산과 숲, 그리고 계곡의 모든 것들을 마음으로 담으며 사진을 찍으며 길 따라 느낌 따라 나 혼자 그렇게 걸어 나갔다. 지나가는 차량들에 탄 여행객들이 이렇게 홀로 사진을 찍으며 걷는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는지 창문을 열고는 나를 간간이 바라보곤 한다. 이런 한적한 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것인지, 나를 바라다보는 모습들이 내가 누리는 나만의 이 자유를 알 수 있을까에 대하여서는 의문이지만 그게 몬 대수일까?

 

     소똥령 근처까지 걸었더니 코스가 그리 만만치 않았던 탓인지 힘이 부침을 느끼게 되고 시간을 얼추 보니 이젠 미시령으로 되돌아 나가야 할 시간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지나가는 승용차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더니 쾌히 승낙하여서 용대리까지는 편하게 승용차 편으로 이동 할 수 있었다.

 

     용대리에서 내려 미시령 옛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니 박달나무쉼터휴계소(마장터 입구)가 나오고 타고 왔던 산악회버스가 바라다 보인다.

버스에서 이번 산행이 무리한 산행으로 보고 애초부터 버스에서 하차도 안하고 북설악 화암사와 수바위쪽으로 산악회 회원이 버스 정원보다 많아 태우러 온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사진을 담으러 갔다 오신 회원분에게 산악회 회원들의 산행 진행 상태를 확인하니 마산봉에서 되돌아 나오는 중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회원분도 혜안이 있어서였는지 정상적인 산행을 포기하고 나름 자연을 찾아 사진과 볼거리들을 찾아 다녔던 것이다.

동병상련같은 마음 우린 끈끈한 동지애를 느끼며 가져온 먹거리로 소주 한 잔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산행대장의 전화를 받은 버스기사님은 되돌아 나온 산우들을 데리려 하차지점으로 가서 내려 온 산우들을 태우고 올 수 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내린 산행대장의 말로는 1Km를 러셀하며 가는 시간이 1시간 정도 소요되어서 오늘 같으면 17시간 정도 잡아야 아마 정상 등로로 산행 할 수 있으리란 이야기를 한다.

 

     오늘 당일 산행 6시간~7시간 코스로는 이런 겨울철 폭설이 쌓인 코스로는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아도 무모한 산행시간이었다.

예전 하일라 리조트에서 신선봉을 거쳐 화암사까지 산행을 하였을 때에도 무박으로 새벽4시 등반하여 오후 4시경 힘들게 하산하였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보다 적설량이 많아 어림도 없었을 것으로 내 눈에도 보였으니.....

 

     암튼 오늘은 나름 나를 찾아 즐겼던 하루의 여정이었다. 평소 해보고자 하여도 할 수 없었던 마음으로 느끼며 홀로 걸었던 트래킹, 진부령국도를 따라 소똥령까지 용대리에서 마장터까지 걸었던 하얀 설경속의 나만의 산행은 오래도록 내 기억 한 편에 남아 있으리라.......

 

 

2012.1.21(토요 당일 산행)

 

 

진부령~알프스리조트~진부령~소똥령~진부령~용대리~미시령박달나무쉼터(마장터입구)까지 마음으로 느끼며 걸었던 트래킹을 마치며

 

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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