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드림 파크의 아름다운 가을.2(2022.11.10)
들국화
김 용 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 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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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국화 한 송이
용 혜 원
가을에 사랑하는 이를 만날 때는
노란 국화 한 송이를
선물하세요.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가
두 사람을 더 가까이
있고 싶어지게 만들어줄 거예요
깊어만 가는 가을밤
서로에게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가고
불어오는 바람도 포근한
행복에 감싸게 해 줄 거예요
밤하늘의 별들도
그대들을 위해 빛을 발하고
밤길을 밝혀주는 가로등도
헤어지기 싫어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알고 있을 거예요.
단풍
안도현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
단풍연가
유한나
살아온 날보다
남아 있는 시간을
더 사랑해요
지나 온 나날
눈물겨워도
비장한 사랑으로
불타올라요
무성한 근심 위로
가을이 앉아
다독여 주는군요
적막한 외로움 곁에
찬바람이 불어와
어깨를 껴안는군요
사랑하자구요
가을엔 물들자구요
노랗게 빨갛게 새빨갛게
빛 고운 색깔로 짓이겨져
한 잎의 단풍이 되어요
벚나무 잎새로
은행나무 잎새로
갈참나무 잎새로
알록달록 물들어 떨어져서
정신없이 굴러가며
세상의 모든 가을이 다할 때까지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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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이정하
바람이 내게 일렀다
이제 그만 붉어지라고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 없다고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내 몸을 불태우겠다고
사랑아, 네가 미워서 떠나는 것이 아님을 믿어다오
떠나는 그 순간, 가장 불타오르는 내 몸을 보아라
줄 것 다 주고 가장 가벼운 몸으로
나무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이 아름다운 추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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