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이 아름다운 섭지코지의 봄(2020.3.29)
유채꽃이 만개한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다본 방두포 등대
우리나라에서 봄소식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제주도는 뭍에서는 찬바람 씽씽 불어오는 추운
겨울날임에도 이미 제주의 봄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봄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제주라 할지라도 바람이 센 제주에서 제법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노란 유채꽃이 피어올라야만 비로소 실감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유채꽃이 한창인 명소는 제주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그중 한라산 동편, 즉
제주 동쪽 해안의 섭지코지는 기막힌 해안절경과 흐드러지게 피어난 노란 유채꽃밭은
제주 여행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을 보여주는 곳 중 하나입니다.
지척에 너무도 잘 알려진 경승지 성산일출봉이 코 앞에 있어, 봄날 섭지코지의 아름다움은
그 빛이 덜하지만 차라리 그 덕에 한적함과 낭만적인 멋이 더욱 풍겨 나서 이곳이 여행자들에게는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섭지코지 주차장 근처의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조사들
섭지코지는 코지(코지 곶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코의 끄트리 모양
비죽 튀어나온 지형으로 위치상으로는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해안에 돌출되어 있습니다.
선녀바위
선녀바위
섭지코지 남동쪽 해안의 선돌바위에 얽힌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서 목욕을 하던 아름다운 선녀를
본 용왕의 막내아들이 용왕에게 선녀와의 혼인을 간청하여 용왕은 백일 후에 두 사람의 혼인을
약속하였습니다.
백일이 되던 날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높아져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지 못하자 용왕은
“네 정성이 부족하여 하늘이 혼인을 허락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자 막내아들은 슬픔에 잠겨
이곳에서 선 채로 바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좌측의 협자연대와 우측의 드라마 세트장
섭지코지의 유채꽃은 밝은 햇살과 푸른 바다 빛과 어울려 그 어느 곳에서보다
더욱 선명하고 고운 빛깔을 띄고 있습니다.
넓고 평평한 코지 언덕 위에는 옛날 봉화불을 지피던 협자연대라는 돌로 만든 봉수대가 세워져 있는데
높이 약 4m, 가로세로 9m의 정방형으로 비교적 원형대로 보존되어 바라다 보입니다.
연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솟아있는 봉우리는 일명 붉은오름으로, 제주말로 송이라고 하는 붉은색 화산재로
이루어진 오름인데, 정상에 서있는 하얀 등대의 모습이 노란 유채 꽃밭과 오름의 붉은 흙빛, 그리고
파란 하늘빛, 바다 빛과 대비되는 또 다른 이국적인 정취를 불러일으킵니다.
해국
등대까지는 철계단이 마련되어 있어 쉽게 올라갈 수 있으며 등대 난간에 올라서면
아름다운 섭지코지의 해안절경이 바로 코 앞에 펼쳐집니다.
그중 절벽 아래로 보이는 촛대 모양으로 삐죽 솟은 바위는 용왕의 아들과 하늘나라 선녀에 대한
슬픈 짝사랑의 전설이 담긴 선돌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정수리는 온통 갈매기 배설물로 허옇게
덮여있는 것이 마치 사람이 흰 눈을 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더욱 시선이 끌립니다.
붉은오름과 방두포 등대
섭지코지에서 바라다보는 성산일출봉과 우측 후면의 우도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의 남쪽에 있으며 높이 29m로 본래는 섬이었으나,
육계사주로 인해 본토와 연결된 육계도입니다.
제주도에 있는 360여 개의 기생화산 중 하나로 지형상 성산일출봉과 비슷하며,
현무암의 화산쇄설물과 화산탄 등이 많이 산재해 있습니다.
남쪽 해안의 기암절벽에는 주상절리, 시스택, 단애 등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북서쪽 육계사주는
모래의 퇴적층이 상당히 두꺼우며, 육계사주의 좁은 목 일대에 약 0.33㎢ 규모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에 성산 해수욕장이라고도 하는 신양해수욕장이 있으며 동쪽 해안 끝에는 현재 등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제주도의 25개 봉수대 중 8기의 봉수대(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23호)가
있습니다.
성산일출봉과 우측 후면의 우도
글라스하우스 앞 화단에 곱게 핀 봄에 피는 초화들
글라스하우스 전경
선녀바위(우뚝 서있는 선돌바위는 용왕의 막내아들)에 파도가 치는 전경
높이 10m의 선돌바위는 붉은오름의 화도를 채우고 있던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진
암경(volcanic neck)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제주도 여행을 그렇게 자주 온 편은 아니지만 이 번 여행처럼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이렇게 여유 있게
여행지를 돌아본다는 것은 정말로 색다른 방법의 여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제주도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번 여행은 아주 즐겁습니다.
이래서 여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보아야 하는 모양입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 4일 차 오늘 여행은 이 곳으로 끝내고
서귀포 월평 하원의 숙소로 귀환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