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아름다움이 멋드러진 만연사를 찾아서(2016.9.17)
소박한 아름다움이 멋드러진 만연사 대웅전 전경
대웅전 모서리 화단의 베롱나무에 메어 달린 고운 연등이 보슬 보슬 내리는 비에 함초로이
젖어 빛을 발하는 이 아름다운 풍경은 소박하지만 제게는 감탄 그 자체 였습니다.
절기상으론 베롱나무 꽃이 끝인지라 그리 화려하진 않았지만 화려하지 않으면 아닌 그 자체로
주어진 풍경에 도취하면 되는게 이 번 여행인지라 있는 그 자체의 풍경을 즐겨 바라 봅니다.
추석 연휴 기간을 이용하여 혼자 떠난 2박3일간의 남도여행 2일 차에 전주를 거쳐
당도한 화순에서 오락가락 하루종일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잠시 시간내어 들린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동구리179번지에 위치한 나한산 만연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 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로 1208년 (고려 희종 8년)에 만연 선사가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만연은 광주 무등산의 원효사에서 수도를 마치고 송광사로 돌아 가다가 지금의 만연사
나한전이 있는 골짜기에서 잠시 쉬다가 잠이 들었는데 십육 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실
역사를 하고 있는 꿈을 꾸고 깨어나서 사방을 둘러 보니 온누리가 눈이 내려 하얗게
덮여 있는데 그가 누웠던 자리 주변만은 눈이 녹아 김이 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이롭게
생각하여 이 곳에 토굴을 짓고 수도하다가 만연사를 창건하였다고 전해져 옵니다.
그 뒤 여러 차례의 중건과 중수를 거쳐 보조국사의 사리각,대웅전,시왕전,나한전과 승당,
선당,동산실,서산실,동별실,서별실,수정료.송월료등의 3전 8방과 대웅전 앞에 규모가 큰
설루,설루 아래에 사왕문과 삼청각이 있던 대사찰로 부속 암자로는 학당암, 침계암,
동림암, 연혈암등이 있었던 대사찰이었다고 합니다.
1636년(인조 14년) 병자호란 때에는 만연사 승려들이 종이 및 주,부식을 조달하여
향병들의 외적 방어에 도움을 주었던 적도 있었으며 1793년(정조 17년) 화재로
전언집 판각이 타버리는 등 피해가 있었으나 이듬해 경관이 중건하였습니다.
한 말에는 당시 국창으로 불리던 이동백, 이날치 명창이 만연사에서 소리를 딱았으며
정광수, 임방울 등 당대의 명창들도 이 곳에서 창악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6.25 동란으로 모든 당우들이 불에 타 없어진 것을 1974년부터
4년에 걸쳐 주지 철안이 중창하였습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 나한전, 명부전, 한산전과 요사채가 있으며
부속 암자로는 선정암과 성주암이 있습니다.
유물로는 고려 말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향나무 원목의 삼존불과 시왕상,
십육나한상 등의 불상과 비현 금어의 작품이라고 전하는 가로 760cm, 세로 750cm의
영산회상도 괘불탱(1783년 정조 7월),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범종 등이 있습니다.
나한산 만연사 일주문
화우천 설루 전경
화우천 설루 전경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
"꽃비가 내리는 하늘"
꽃비는 안내리고 보슬비만 하루 종일 지겹게도 내립니다.ㅎ^^*
화우천 설루 계단에서 내려다 본 일주문
화우천 설루 밑에 만들어져 있는 다실
범종각
대웅전
대웅전 내부 전경
만연사괘불탱(보물 제1345호)
사실 이 만연사의 영산회상도 괘불탱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 찾아 보고는 싶었지만 대웅전을
제외한 부속 당우 건물들이 다 문이 닫혀 있었던 탓에 세밀하게 찾아 보기엔 한계가.....ㅎㅎ
요사채 전경
베롱나무의 꽃이 끝물인지라 화려하진 않았지만 비가 와서 함초로이 젖은
빨간 연등과 초록의 촉촉함이 주는 고운 색감의 아름다움은....
이 곳 만연사는 진사님들에게 베롱나무 꽃이 만개하였을 때와 하얀 눈이 내렸을 때의
연등 풍경이 유명한 곳 입니다만, 베롱나무 꽃이 다 저버린 끝물이라도 이렇게 연등이 꽃보다
더 돋보일 수 있는 시기라면 언제라도 이 곳을 찾아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여행지라는 것은 사계절을 다 겪어 보아야
여행지의 참 면모를 다 보았다는 생각이 .....
대웅전에서 내려다 보는 화우천 설루
대웅전 우측 후면의 산신각과 전면의 명부전 전경
나한전 전경
대웅전의 화려한 용머리 장식
2일 내내 내린 비에 함초로이 젖어 버린 꽃무릇
명부전 전경
지금 조용히 생각을 해보니 꽃비가 바로 이 연등이라는 생각이........
대웅전 밑에서 베롱나무에 메어 달린 연등을 바라다 보니
내리는 비에 많은 연꽃들이 함께 내리고 있었습니다.ㅎ
요사채 전경
만연사 옆을 흐르는 하천으로 2일 동안 내린 비로 메랐던 건천이
하천다운 모습으로.....ㅎ
하루종일 내리는 비속에서 우산을 쓰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찾아서 다닌다는 것도
누가 보면 청승맞고 고역같다고 여기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선지 그리 싫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만 살 수 있다면
바로 그 자체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만연사 밑에 있는 화순읍 호수공원 전경으로 얼마나 메말랐던지
바닥을 들어내기 일보 직전이었던가 봅니다.
이 번 비로 많은 담수가 이루워져 헤갈에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이제 이 곳 화순에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운주사로 향합니다.